[칼럼] 일본의 중고 의류 거래 시스템: 한국이 배워야 할 점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공감하게 된 제도 가운데 하나는 바로 중고 의류 거래 시스템이다. 일본에서는 동네마다 중고샵이 있어 옷뿐만 아니라 가방, 신발, 육아용품, 심지어 게임기와 전자기기까지 저렴하게 사고팔 수 있다. 이 시스템 덕분에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환경을 보존하면서도 개성과 경제성을 지킬 수 있는 순환 구조가 정착되어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여전히 의류수거함에 옷을 넣으면 “재활용된다”는 막연한 인식만 남는다. 실제로는 수거 이후 경로가 불투명하고, 상당 부분은 해외로 수출되거나 소각되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수거함에 옷을 넣은 사람에게는 아무런 경제적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다. 단지 쓰레기 봉투 비용을 아낀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고샵 모델은 다르다. 사람들이 입지 않는 옷을 가져오면 가게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그것을 다시 세탁·관리·수리한 뒤 적정한 가격에 재판매한다.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독특한 디자인이나 요즘 구하기 어려운 희소한 옷을 살 수 있고, 판매자는 옷장에서 잠자던 옷을 현금화할 수 있다. 동시에 의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환경 부담을 줄이고, 패스트패션으로 인한 과잉 생산과 대량 폐기 문제에도 대응할 수 있다.

특히 어린이 옷은 중고 순환의 대표적인 수혜 품목이다. 성장 속도가 빠른 아이들에게는 옷을 오래 입힐 수 없고, 스키캠프 같은 특정 행사에 필요한 의류는 몇 번 입고 나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이를 새 옷으로 마련하려면 큰 부담이지만, 중고샵에서 저렴하게 구입한다면 부모와 아이 모두 만족할 수 있다. 옷뿐만 아니라 육아용품, 가방, 신발 등도 같은 원리로 순환시킬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지금 경제적 어려움과 환경문제가 동시에 심화되는 시점에 놓여 있다. 빈 점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동네마다 중고 의류·용품 순환 가게가 들어선다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지속 가능한 소비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거 이후 행방이 불투명한 의류수거함 시스템을 보완하고, 투명한 유통 경로와 경제적 보상을 결합한다면, 버려지는 옷들이 다시 새로운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사회에 환원될 수 있다.

이제는 ‘남이 입던 옷’이라는 부정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고 의류 거래는 단순히 절약의 수단이 아니라, 개성을 지키고, 환경을 살리고, 지갑까지 지켜주는 지혜로운 생활 방식이다. 한국에서도 이 순환 구조가 자리 잡을 때, 보다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인 사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

댓글 남기기

EduKorea News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