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의 30평대 구축 아파트 한 채를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고액 자산가로 분류되는 현실이 부동산 세제의 정치적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집값 상승으로 자산가치는 크게 뛰었지만 소득이 함께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다. 특히 장기간 한 집에 살아온 은퇴자나 급여생활자에게 보유세는 자산가격이 아니라 현금흐름의 문제로 다가온다.
2026년 잠실 일대 전용 82~84㎡ 아파트 가격은 대체로 30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장미2차 전용 82㎡는 올해 6월 33억원에 거래됐고, 잠실엘스 전용 84㎡ 역시 최근 32억~34억원대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잠실동 전용 84㎡ 환산 거래가격도 최근 3개월 기준 30억원 중반 수준에 형성돼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가격 상승이 집주인의 실제 소득 증가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잠실에서 20~30년 이상 살아온 1주택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과거 수억원에 구입했던 아파트가 30억원을 넘었다고 해도 집을 팔지 않는 한 가격 상승분은 장부상의 자산 증가에 가깝다. 월급이나 연금으로 생활하는 가구 입장에서는 오히려 매년 내야 하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현금지출로 발생한다.
2026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지난해와 같은 69%가 적용됐다.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보다 평균 9.13% 상승했다. 시세가 상승한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공시가격 상승이 보유세 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는 공시가격 12억원이다. 공제액을 넘는 금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적용한 뒤 세율을 매긴다. 2주택 이하 주택분 종부세율은 과세표준 3억원 이하 0.5%, 3억원 초과 6억원 이하 구간에서는 누진 방식으로 0.7%가 적용된다.
재산세 역시 별도로 부과된다. 2026년 1세대 1주택자의 재산세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에는 공정시장가액비율 45%가 적용된다.
세율만 놓고 보면 전체 자산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세금의 정치적 민감도는 자산 대비 세율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30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연소득이 5000만~6000만원인 은퇴자에게 수백만원 단위의 보유세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특히 관리비와 건강보험료, 생활비까지 더해지면 “집값은 올랐는데 생활은 나아진 것이 없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부동산 세금은 경제 문제가 정치 문제로 바뀐다.
정부 입장에서는 고가주택 보유자의 조세 부담을 일정 수준 높이는 것이 조세 형평성과 부동산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적을 갖는다. 종합부동산세법 역시 고액 부동산 보유자의 조세부담 형평성을 높이고 부동산 가격 안정에 기여하는 것을 제도의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대로 장기간 실거주한 1주택자는 자신의 선택과 관계없이 집값이 올라 세부담이 증가했다고 느낄 수 있다. 투기를 통해 여러 채의 주택을 확보한 사람과 강남·송파의 한 아파트에서 수십 년을 거주한 사람을 동일한 ‘고가주택 보유자’라는 틀에서 보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논쟁도 여기서 발생한다.
여론 역시 한 방향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한국갤럽이 2026년 3월 전국 성인 1001명을 조사한 결과 부동산 보유세를 현재보다 낮춰야 한다는 응답은 34%, 높여야 한다는 응답은 28%,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5%였다. 보유세 인하 의견이 가장 많았지만 인상·유지 의견도 상당했다.
2025년 10월 조사에서도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는 응답 26%, 낮춰야 한다 27%, 현 수준 유지 33%로 의견이 분산됐다. 특히 정치 성향과 정부 평가에 따라 보유세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따라서 “잠실 아파트 보유세 때문에 정권이 흔들린다”고 단순화하기는 어렵다. 선거와 정권 지지율은 경기, 고용, 물가, 외교·안보, 주택가격과 공급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만 부동산 세금이 정권에 위험한 정치적 변수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보유세는 매년 고지서가 도착한다. 집값 상승이라는 추상적인 숫자와 달리 세금은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실제 비용이다. 여기에 대출이자와 건강보험료, 각종 생활비가 겹치면 자산가격이 높은 중산층이 오히려 자신을 정책의 피해자로 인식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더욱이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과거의 ‘고가주택’ 기준이 현재의 주거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반복된다. 잠실 30평대 아파트 한 채가 30억원을 넘는 상황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곧 소득 수준이라는 전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세금을 얼마나 많이 걷느냐에만 있지 않다.
“투기이익에 과세한다”는 정책 메시지와 “평생 살던 집 때문에 세금이 늘었다”는 납세자의 현실 사이의 간극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중요하다. 고령 장기보유자에 대한 세액공제는 최대 80%까지 가능하지만, 모든 실거주자가 같은 수준의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잠실 33평 구축 아파트는 이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외부에서 보면 30억원짜리 자산이다. 집주인에게는 20~30년 살아온 집일 수 있다. 정부에는 과세 대상이고, 소유자에게는 생활 기반이다.
이 간극을 제대로 설명하거나 조정하지 못하면 부동산 보유세는 단순한 조세 문제가 아니라 중산층의 정치적 불만으로 확산될 수 있다. 정권을 흔드는 것은 세금 그 자체라기보다 “내가 왜 이 정도 세금을 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정부가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