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이타마현 치치부 지역 고등학생들이 간토학살의 역사를 접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한일 청소년 교류가 4년간 이어지며 평화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교류는 간토학살 100주년이던 해 학생들이 1923역사관을 방문해 희생자 추도식에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이듬해 일본 치치부 고등학생들과 충남 천안의 고등학생들이 처음으로 한일 청소년 캠프를 개최했다.
참가 학생들은 이후 4차례에 걸쳐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국가폭력의 역사를 기억하는 현장 중심의 평화교육을 이어왔다. 일본에서는 간토학살 현장을 답사했고, 한국에서는 광주 5·18민주화운동 관련 현장과 세월호 참사 현장을 방문하며 각국의 아픈 역사를 함께 배우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 캠프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렸다. 처음 참가했던 고등학생들은 시간이 흐르며 대학생과 청년으로 성장했고, 이제는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오키나와 출신 대학생들은 주요 역사 현장에서 참가자들에게 지역의 역사와 의미를 설명하며 캠프를 이끌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올해부터 캠프 명칭도 ‘한일 청년평화캠프’로 변경됐다. 단순한 학생 교류를 넘어 양국 청년들이 역사와 평화를 함께 고민하는 장으로 발전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참가자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장소는 오키나와의 히메유리의 탑이었다.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오키나와 전투에서 간호 활동에 동원됐다가 목숨을 잃은 히메유리 여학교 학생과 교사들을 추모하는 장소다.
참가자들은 간토학살을 기억하는 시각에서 히메유리 여학생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함께 고민했다. 전쟁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삶을 빼앗긴 학생들을 ‘희생자’로 볼 것인지, ‘피해자’로 볼 것인지가 공통의 질문으로 제기됐다.
캠프 참가자들은 히메유리의 기억 역시 국가폭력이 남긴 또 하나의 역사이며, 동시에 전쟁의 참상을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전하고 평화를 계승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교육의 현장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4년간 이어진 한일 청년들의 역사 탐방은 과거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폭력과 전쟁의 비극을 함께 성찰하며 미래 세대의 평화와 화해를 모색하는 지속 가능한 교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