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게 바친 제의에서 지역 축제로…일본 ‘마쓰리’의 역사

일본의 여름 거리를 가득 메우는 미코시와 화려한 수레, 북과 피리 소리, 유카타 차림의 인파는 일본을 대표하는 풍경으로 꼽힌다. 오늘날 관광 축제로도 널리 알려진 ‘마쓰리(祭り)’는 본래 신에게 감사하거나 재앙을 막아 달라고 기원하는 종교 의식에서 출발했다.

마쓰리는 ‘신을 모시다’는 뜻의 일본어 동사 ‘마쓰루(祀る)’와 관련된 말이다. 전통적으로 신에게 음식과 술을 올리고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한 뒤, 제물을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나누는 과정이 핵심이었다.

일본 마쓰리의 기원을 하나의 시점으로 특정하기는 어렵다. 고대 농경사회에서 계절의 변화에 맞춰 풍년과 무사고를 기원하고 수확에 감사하던 의례들이 각 지역의 신앙과 결합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봄에는 풍년을 기원하는 축제가 열렸고 여름에는 전염병과 태풍, 홍수 등 재난을 막기 위한 의식이 많았다. 가을에는 수확에 감사하고 겨울에는 새해의 평안과 조상신을 맞이하는 행사가 이어졌다. 바다와 인접한 지역에서는 풍어와 항해 안전을 비는 마쓰리가 발달했다.

고대 국가체제가 정비된 나라시대와 헤이안시대에는 황실과 조정이 주관하는 제사가 제도화됐다. 전국의 신을 대상으로 풍년을 기원하는 기년제와 그해 수확한 곡물을 바치는 신상제 등이 대표적이다. 교토 가모신사의 아오이마쓰리처럼 조정의 공식 의례에서 출발한 축제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불교가 확산된 이후에는 일본 고유의 신앙과 불교가 결합한 신불습합이 마쓰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신사와 사찰, 지역 주민이 함께 제례와 행렬을 진행하면서 종교 의식에 음악과 춤, 연극적 요소가 더해졌다.

교토 기온마쓰리는 마쓰리가 재난 극복을 위한 공동체 행사로 발전한 대표적인 사례다. 869년 교토를 비롯한 일본 각지에 전염병이 확산하자 당시 일본의 66개국을 상징하는 창 66개를 세우고 기온사의 신여를 신센엔으로 보내 역병 퇴치를 기원한 것이 기원으로 전해진다. 처음에는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열렸지만 970년부터 매년 개최됐다.

중세에 들어 도시와 상업이 발달하면서 마쓰리의 주도권은 점차 귀족과 사원에서 상인과 주민에게 확대됐다. 지역별 조직이 비용을 부담하고 행사를 운영하면서 수레의 규모와 장식, 음악과 공연을 놓고 경쟁하는 문화도 생겨났다.

에도시대에는 마쓰리가 대중적인 도시 축제로 성장했다. 에도의 산노마쓰리와 간다마쓰리, 교토의 기온마쓰리, 오사카의 덴진마쓰리처럼 대형 행렬과 신여, 수레가 등장하는 축제가 번성했다. 경제력을 갖춘 상인들은 값비싼 직물과 조각품으로 수레를 장식했고 마쓰리는 도시의 부와 기술을 보여주는 무대가 됐다.

에도에서 발전한 수레와 축제 음악은 수운과 가도를 통해 지방 도시로 퍼졌다. 지바현 사와라와 사이타마현 가와고에 등에서는 에도의 영향을 받은 수레 축제가 지역 상인들의 후원을 바탕으로 발전했다. 이 시기 마쓰리는 종교 행사인 동시에 주민 자치와 상업 활동, 대중 오락이 결합된 종합문화로 자리 잡았다.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에는 신도와 불교를 분리하는 신불분리 정책이 시행됐다. 신사 제례가 국가와 황실 중심의 신도 체계로 재편되면서 불교적 요소가 축소되거나 명칭과 의식이 변경된 축제도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지역 현장에서는 오랫동안 이어진 신앙과 관습이 다양한 형태로 남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마쓰리는 국가 의례의 성격에서 벗어나 지역문화와 관광자원으로 다시 주목받았다. 전쟁으로 중단됐던 축제들이 복원됐고 지방자치단체와 관광업계가 참여하면서 관람객 중심의 행사가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신사 제례와 구분되는 새로운 시민축제도 등장했다. 1950년 시작된 삿포로 눈축제와 1954년 출범한 고치 요사코이마쓰리처럼 전후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행사가 대표적이다. ‘마쓰리’라는 명칭이 종교 의례뿐 아니라 시민축제와 문화행사 전반을 가리키는 말로 넓어진 것이다.

일본 마쓰리의 상징 가운데 하나는 신을 태운 가마인 미코시다. 주민들은 신사의 신령을 미코시에 옮겨 마을을 순회하며 재앙을 몰아내고 복을 불러들인다고 믿었다. 야마·호코·야타이로 불리는 대형 수레는 지역에 따라 구조와 명칭이 다르며, 인형과 조각, 직물로 화려하게 장식된다.

교토 기온마쓰리를 비롯한 일본 각지 33개 수레 축제는 2016년 ‘야마·호코·야타이 행사’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유네스코는 이들 축제가 재난 방지와 지역의 평안을 기원하는 행사이면서 주민들이 세대를 넘어 기술과 지식을 전승하는 공동체 문화라는 점을 평가했다.

오늘날 일본에서는 크고 작은 마쓰리가 지역 정체성과 관광산업을 지탱하고 있다. 주민들은 수레 제작과 보수, 전통음악 연주, 의상 준비와 행사 운영을 분담하며 공동체 관계를 이어간다. 외지인과 여성, 어린이의 참여를 확대하는 등 시대 변화에 맞춰 운영 방식을 바꾸는 지역도 늘고 있다.

반면 저출생·고령화와 지방 인구 감소로 신여와 수레를 운반할 인력이 부족해지고 행사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운 지역도 적지 않다. 기록 영상 제작과 전수교육, 크라우드펀딩, 외부 참가자 모집 등을 통해 전통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이유다.

일본의 마쓰리는 고정된 옛 풍습이 아니다. 자연과 신에게 바치던 제의에서 출발해 전염병과 재난을 극복하는 공동체 행사, 상인과 주민이 이끄는 도시 축제, 현대의 관광·문화 콘텐츠로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화려한 행렬과 불꽃놀이 이면에는 지역의 기억과 기술, 공동체를 다음 세대로 넘기려는 일본 사회의 오랜 노력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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