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의 한 골목길. 무심코 지나치던 전신주에 붙은 작은 표지판 하나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연막탄 지주(Smoke Bomb Pole)’.
표지판에는 “1968년 1·21 무장게릴라 침투사건 이후 청와대 방호와 군사작전 수행을 위해 연막탄과 조명탄을 발사할 수 있도록 설치된 군사시설물”이라고 적혀 있다. 58년 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1·21 사태의 흔적이 아직도 도심 한복판에 남아 있는 셈이다.
1·21 사태는 1968년 1월 21일 북한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 기습을 목적으로 서울까지 침투했던 사건이다. 당시 공비들은 청와대 인근까지 접근했으나 군·경과의 교전 끝에 대부분 사살되거나 북한으로 도주했고, 침투조 가운데 김신조만 생포됐다.
귀순 후 목회자의 길을 걸었던 김신조 목사는 최근 향년 83세로 별세했다. 한 시대를 상징했던 인물의 부고는 1·21 사태를 기억하는 세대에게 또 다른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게 했다.
국민학교 시절 뉴스와 신문을 통해 접했던 사건이 아직도 또렷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 그 사건의 당사자였던 김신조 목사의 별세 소식까지 들으니 세월의 무게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는 반응도 나온다.
종로구는 2013년 도시비우기 사업 과정에서 발사장비가 철거된 연막탄 지주 68개를 확인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를 서울 미래유산으로 보존하고 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표지판 하나. 그러나 그 안에는 냉전의 긴장과 국가안보의 역사, 그리고 반세기를 훌쩍 넘긴 개인의 기억이 함께 담겨 있었다. 길가 전신주에 남겨진 흔적은 어느새 “정말 오래 살았구나”라는 세월의 실감을 전하는 역사적 증언이 되고 있다.
전신주 작은 표지판이 불러낸 58년 전 기억…김신조 별세에 더 짙어진 세월의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