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AI를 교육 혁식의 핵심 도구로

일부 대학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평가 방식이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며 재시험을 실시하는 등 진통을 겪은 가운데, 대학가에는 AI를 평가 과정에서 배제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생성형 AI의 무분별한 활용이 학문적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배경이다. 이 같은 흐름과 달리 가천대학교는 AI를 통제의 대상이 아닌 교육 혁신의 핵심 도구로 보고, 전면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고 밝혔다. 교수 역량 강화에서부터 교과과정 개편, 수업, 과제, 시험 방식 개선에 이르기까지 대학 교육 전 과정에 AI 활용을 체계적으로 도입하는 종합 방침을 마련해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AI를 창의적 문제 해결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가천대는 AI 교육 혁신의 출발점을 ‘교수 역량’으로 설정했다. 학생 교육의 질은 교수자의 이해도와 활용 능력에 달려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지난 방학 동안 교수들을 대상으로 총 60시간의 ‘AI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해당 과정은 AI를 단순 보조 수단이 아니라 전공 수업 설계와 평가 체계에 통합하도록 설계된 몰입형 교육으로 진행됐다. 참여 교수에게는 강의개발비도 지원됐다. 교육에 참여한 한 교수는 ‘방학 중 재교육에 대한 부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수료 후에는 AI를 수업 설계와 평가에 실질적으로 접목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교수 역시 지속적으로 배우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점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향후 해당 프로그램을 정례화하고, AI 활용 우수 강의 사례를 공유하는 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교수 교육과 병행해 전교생 대상 AI 교육도 강화된다. 가천대는 2024년부터 연간 8천여 명을 대상으로 AI 기초교양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수 학점도 기존 4학점에서 8학점으로 확대했다. 교육과정은 인문사회, 자연과학, 예체능 등 계열 특성을 반영한 3단계 구조로 구성된다. AI 기초 개론, 기초 프로그래밍, 딥러닝 및 생성형 AI 활용으로 이어지는 체계적 과정이다.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해 AI 리터러시의 저변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AI 활용 전공 교과목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2024년 122개 강좌에서 2025년 208개 강좌로 확대됐으며, 2026학년도 1학기에는 191개 강좌가 개설된다. 대학 측은 전공 특성을 반영한 AI 융합 교육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컴퓨터에서 인공지능 관련 아이콘과 데이터가 표시된 화면을 바라보는 사람의 손

가천대의 혁신은 평가 체계 변화로도 이어진다. 대학은 수업, 과제, 시험 전반에 AI 활용을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현재 3학년 2학기 16주 중 4주를 프로젝트 수행에 집중하는 ‘P-학기제(프로젝트 유연학기제)’에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인공지능학과에서는 AI를 활용해 투수의 피칭 동작을 분석하고 맞춤형 신발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기계공학과에서는 AI 기반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AI 관련 학과와 컴퓨터공학 분야에서는 평가 기준 자체를 재설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얼마나 많은 코드를 작성했는가’가 아니라 ‘AI와 협업해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했는가’를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작동 여부와 문제 해결의 효율성을 중심으로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대학 측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 허용 정책이 아니라, 학문적 정직성과 교육 효과를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체계적 전환이라고 설명한다.

가천대 관계자는 ‘AI는 금지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갖춰야 할 필수 학습 도구’라며 ‘교수 교육부터 수업·평가 방식까지 대학 교육 전반을 혁신해 학생들이 AI를 올바르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AI의 급속한 확산 속에서 대학이 ‘통제 중심’에서 ‘교육적 활용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분석한다. 가천대의 이번 정책은 AI를 교육 현장에 구조적으로 통합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AI 시대 대학 경쟁력은 기술 자체보다 이를 교육과 학문에 어떻게 융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가천대의 실험이 국내 대학 교육 혁신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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