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곁 통역으로 유명해진 이연향, 차별을 넘어선 세계무대의 목소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곁에서 한국어 통역을 맡아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 있다. 미 국무부 통역국장 이연향이다. 그는 전직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 이란에서 국제학교를 다닌 경험이 있지만, 대부분은 한국에서 성장했다. 서울예술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하며 음악도로서 길을 걸었으나 세계적 정상만 빛을 보는 현실 속에서 방송국 PD라는 새로운 꿈을 키웠다.

그러나 1970년대 방송사 입사시험에 도전했을 때 TBC(동양방송)에서는 “여자는 PD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원서조차 받지 못했다. 대신 아나운서 지원서를 건네받았지만 그는 관심조차 없었다. 이 사건은 여성 차별의 벽을 실감하게 했고, 그의 인생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결혼과 육아로 평범한 삶을 살던 그는 33세에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 입학했다. 두 아이를 둔 최고령 학생이었지만 친구의 권유로 늦깎이 도전을 시작했다. 이후 남편의 유학을 따라 미국에서 2년간 머물며 언어적 기반을 다졌다. 1996년에는 미국 몬트레이 통역번역대학원 교수로 부임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미국행을 택했다. 당시 한국의 특례입학 제도는 아버지를 따라간 자녀만 인정하고 어머니를 따라간 자녀는 배제했는데, 그는 “이런 나라에서 딸을 키울 순 없다”며 미국 잔류를 결심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미 국무부 한국어 통역관으로 활동한 그는 세계 정상들의 외교 무대에서 활약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2004년 귀국해 이화여대에서 강의했으나 곧 다시 국무부로 복귀했고, 현재는 통역국장에 올라 있다. 미국 본토 출신이 아님에도 고위직에 오른 것은 실력으로 압도했다는 평가다.

그는 국무부 근무 중에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며 쉼 없이 공부를 이어갔다. 2016년에는 미국 에너지부 차관을 지낸 마크 멘제스와 재혼하며 개인적으로도 안정된 삶을 꾸렸다. 이연향은 “외교 언어에는 Yes도 No도 없고 그 사이 어딘가가 있을 뿐”이라며 단어와 뉘앙스를 정확히 전달하는 통역 철학을 강조해왔다.

여성 차별이라는 좌절이 오히려 세계무대 도약의 동력이 됐다는 점에서 그의 삶은 역설적이다. 한국에서 닫힌 길이었지만 미국에서 실력으로 인정받은 그는 이제 세계 정상들이 가장 신뢰하는 통역사이자 미국 외교 현장의 핵심 인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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