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라는 나라(1)

일본은 장기적인 경제 침체 속에서도 놀랄 정도로 잘 버티고 있다. 그리고 한 번씩 이상하리만큼 다양한 경기 부양책이 시도되기도 하다. 얼마 전 2009년 3월 1일을 기준으로 등록된 모든 외국인에게도 현금을 지급한 시책이 기억에 남는다. 17세 이하와 65세 이상에게는 2만 엔, 그 외 성인에게는 1만 2천 엔을 국적에 상관없이 일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국내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라지만, 외국인까지 포함시켰다는 점은 꽤 파격적으로 느껴진다. 또 월급의 일부를 현금이 아닌 상품권으로 지급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기억이 있다. 198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서 통일벼의 재배 성공으로 정부 비축미가 과잉이 되었을 때 공무원 월급 일부를 ‘정부미 교환권’으로 지급했던 일이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교환권으로 정부미 대신 일반미를 사는 데 사용했고, 결국 제도는 3년 만에 폐지되었다. 제도의 취지는 같았지만 실행 과정과 결과는 사뭇 달랐다.

일본 행정의 특징은 정책의 입안보다도 정책을 집행하는 태도와 절차에서 다른 나라와 선명하게 다른점이 드러난다. 지원금을 준다기에 신청서를 작성하여 구청으로 보냈는데, 며칠 뒤 “불필요한 서류 한 장이 더 첨부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번거롭지만 직접 구청에 와서 찾아가 달라는 내용이다. 속으로는 ‘안내 편지 발송할 때 그냥 반송해 줘도 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이유를 듣고 나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개인정보가 포함된 서류이기 때문에 반드시 본인 확인 후에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평일에는 시간을 낼 수 없어 일요일 오후 2시로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정작 그 시간에 구청을 찾아가자, 당직자들은 그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며 몹시 당황해했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다음 날 퇴근해 보니 집에 메모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일요일에 연락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직접 방문했으나 부재중이어서 우편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놀라움을 넘어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행정 착오를 인정하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공무원이 직접 집까지 찾아왔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전, 지하철에서 지갑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다음 날 역무실에 문의하자 이미 경찰서로 인계되었다고 해서 찾아가니 내용물이 빠짐없이 그대로 정리된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다. 또, 슈퍼마켓에서 계산을 잘못 받아 10엔을 더 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을 때도 다음 방문에서 영수증을 보이자 담당 직원이 여러 차례 사과하며 싫은 기색없이 10엔을 돌려주었다. 금액의 크고 작음이 문제가 아니라 ‘규칙에서 벗어났는가’가 기준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초등학교 급식에서도 그런 모습은 볼 수 있다.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 한 명을 위해 그 아이에게 제공되는 음식을 별도로 조리·관리된다. 번거롭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규정은 예외 없이 지켜진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일본 사회는 정말로 정교하게 맞물린 톱니바퀴 같다는 것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역할을 정확히 수행해야 전체가 굴러간다. 그래서 공무원의 실수는 곧 조직의 실수가 되고, 그러면 사회 전체가 마비가 된다. 이 점을 모든 사람들은 잘 이해하고 행여 실수가 있었다면 반드시 사과와 보완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실수란 있을 수 없으며 쉽게 용납되지 않는다.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지만, 숨 쉴 틈이 적은 사회. 따뜻하고 친절하지만, 냉정할 만큼 원칙적인 사회. 일본을 오래 살다보면 느끼게 되는 이런 모습은 일본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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