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내각, ‘공기를 읽는 일본’의 귀환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출범했다. 일본 언론은 총리 개인의 강경한 이념 성향이나 역사 인식을 두고 한일관계 악화, 나아가 군사대국화 가능성을 논한다. 그러나 이는 본질을 비껴간 시각이다. 지금의 국제정세는 특정 지도자의 성향보다, 강대국 중심의 질서 속에서 비(非)강대국이 놓인 구조적 위치가 정책의 방향을 좌우하는 시대다. 다카이치 정권 또한 이 예외가 아니다.

흥미로운 단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밝힌 애독서 목록이다. <대처 회고록>(마거릿 대처), <‘공기’의 연구>(야마모토 시치헤이), <언덕 위의 구름>(시바 료타로), <마쓰시타 고노스케 발언집>, <비즈니스맨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30통의 편지>(G. 킹스 레이워드) 등 다섯 권이다. 이 중 가장 이질적인 책은 야마모토 시치헤이의 <공기의 연구>다. 1977년 출간된 이 책은 일본의 고도성장기에 등장한 ‘일본인론’의 대표작으로,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법이나 제도가 아니라 ‘장소의 공기’라는 통찰을 담았다.

야마모토는 일본의 조직 문화가 ‘논리적’이 아니라 ‘공기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그의 ‘공기’론은 일본인에게 깊은 공감을 얻었고, ‘KY(공기를 읽지 못한다)’라는 신조어까지 낳았다. 이후 ‘쿠키요미(공기 읽기)’라는 게임이 등장할 정도로 일상 언어로 정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책을 “지금 읽어도 납득된다”고 평했다. 만약 그녀가 ‘공기’론을 비판적 대상으로 삼았다면, 일본의 집단 순응 문화를 바꾸려는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줬을 것이다. 그러나 다카이치는 ‘공기의 논리’에 공감했다. 이는 다카이치 내각이 강대국 정치의 흐름 속에서 ‘공기를 읽는 일본’을 지향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다카이치 시대의 일본은 총리 개인의 이념이 앞세워진 정권이라기보다, 국제적 ‘공기’—즉, 미중 경쟁과 동맹 구조 속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국가의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다. 한일관계 역시 급격히 악화하거나 개선되지 않는 ‘관리된 안정’의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주목할 점은 다카이치 내각의 지속성이다. 일본 정치는 여론의 ‘공기’ 변화에 민감하다. 다카이치가 국내 정치의 흐름을 읽는 데 능하다면, 단명 정권에 머물지 않고 의외의 장기 집권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다카이치 정권의 성패는 이념이 아니라 ‘공기를 얼마나 정확히 읽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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