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형제의 역사는 정의와 국가 권한이 교차하는 논쟁의 장이다. 오늘날 미국에서 사형은 법적으로 금지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집행되기 어렵다. 이는 윤리나 이념보다 헌법이 요구하는 절차적 정당성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싸졌기 때문이다. 이 구조는 1972년 퓨먼 대 조지아(Furman v. Georgia) 판결에서 비롯됐다.
1972년 당시 대법원은 5대 4로 사형제 자체가 아닌 사형의 적용 방식을 문제 삼았다. 판결문에서 포터 스튜어트 대법관은 “사형 선고를 받는 것은 벼락에 맞는 것만큼 우연하다”고 지적하며, 자의적 판단이 ‘잔인하고 이례적인 형벌’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 결과 약 600명의 사형수가 감형됐고, 사형제는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하지만 1976년 그레그 대 조지아(Gregg v. Georgia) 판결은 사형제를 부활시키며 절차적 안전장치를 추가했다. 유·무죄와 양형 단계를 분리하는 이분심리제, 배심원의 가중처벌 사유 인정, 피고인의 인생사를 고려하는 개별화된 양형 절차가 그 핵심이었다. 즉 사형은 합헌이지만, 한 생명을 앗기 위해 국가가 모든 법적 장벽을 통과해야 하는 제도로 재설계된 셈이다.
이후 판례들은 절차를 더욱 강화했다. 우드슨 대 노스캐롤라이나(1976) 는 ‘의무적 사형’을 위헌이라 판단했고, 로켓 대 오하이오(1978) 는 감경 사유의 범위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확장했다. 스트릭랜드 대 워싱턴(1984) 은 “변호인이 감경조사를 소홀히 하면 그 자체로 판결이 뒤집힐 수 있다”고 못 박았다.
그 결과 사형 재판은 수백만 달러가 소요되고 항소 절차가 10년 이상 걸리는 복잡한 제도로 변했다. 지방검찰은 결국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2023년 갤럽 조사에서 “사형이 공정하지 않다”는 응답이 50%를 넘어선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주별로도 제도는 엇갈린다. 워싱턴주는 2018년 위헌 판결 이후 2023년 법전에서 사형조항을 삭제했고, 델라웨어주는 2024년 입법으로 사형제를 공식 폐지했다. 연방정부는 2024년 12월 바이든 대통령이 사형수 37명의 형을 종신형으로 감형하며 사실상 집행을 중단했다. 반면 앨라배마주는 2024년 1월 ‘질소 저산소증’ 방식의 처형을 재개해 인도성과 합헌성 논란을 불러왔다.
결국 사형제의 위기는 윤리적 감정보다 헌법 절차의 ‘비용화’에 있다. 절차는 정당성을 보장하지만, 과도한 헌법화는 제도를 스스로 마비시킨다. 그럼에도 흉악범죄에 대한 사형의 응보적 정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피해자의 생명과 사회의 안전은 가해자의 권리보다 가볍지 않다.
사형이 ‘벼락 같은 우연’이 되지 않도록 절차를 유지하되, ‘끝없는 지연’으로 정의가 희석되지 않게 조정해야 한다. 자의성 통제, 항소 지연 억제, 피해자 권리 보장을 통해 사형제는 다시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최후의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퓨먼이 남긴 역설적 유산—‘비용의 헌법학’을 ‘정의의 헌법학’으로 전환시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