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장, 지금이 한국 스타트업의 기회다



일본 시장을 단순한 해외 시장이 아니라 ‘확장된 내수시장’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 시장 진출 전략을 다룬 강연과 현장 멘토링 경험을 종합하면, 일본은 한국 스타트업에게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성장 무대라는 평가다.

일본의 가장 큰 강점은 압도적인 시장 규모다. 인구와 기업 수, 내수 인프라가 모두 탄탄하며, 특히 수도권 인구만 4천만 명을 훌쩍 넘는다. 기업의 평균 존속 기간도 길어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비즈니스의 경우 한국보다 훨씬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단일 국가 기준으로 이 정도 규모와 구매력을 동시에 갖춘 시장은 드물다.

다만 일본 시장은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거래가 성사되기까지 평균 3년, 의미 있는 매출과 시장 확장까지는 5년 이상이 소요되는 구조다. 단기 출장이나 간헐적 접촉으로는 신뢰를 쌓기 어렵고, 장기 거주와 지속적인 관계 형성이 사실상 필수 조건으로 작용한다.

유통 구조 역시 한국과 뚜렷이 다르다. 일본은 산업별로 상사와 전문 유통업체가 시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제조사나 서비스 제공자가 직접 거래하는 방식은 거의 통하지 않는다. 중간 유통 파트너를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운 구조다.

가격 경쟁력보다 중시되는 요소는 품질과 납기, 사후관리, 안정성이다. 유통 단계에서 가격이 조정되기 때문에 단순한 저가 전략은 효과가 크지 않다. 대신 거래 전 단계에서 기술과 서비스의 안정성을 매우 꼼꼼하게 검증하며, 이 과정이 길고 까다롭다는 특징이 있다.

이미 경쟁 제품이 자리 잡은 시장은 진입 장벽이 높다. 일본은 거래 관계가 인맥과 신뢰를 중심으로 형성돼 기존 제품이 있으면 신규 진입 속도가 극히 느리다. 반대로 일본에 아직 없는 기술이나 도입되지 않은 서비스의 경우 시장을 새로 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규제 환경은 오히려 기회 요인으로 평가된다. 최근 수년간 규제 개혁이 이어지며 일부 분야에서는 한국보다 규제가 느슨한 편이다. 국내 규제로 사업화가 어려운 기술이 일본에서 실증 사업이나 테스트베드 형태로 먼저 추진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더딘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개발 인력 부족과 내수 중심의 오래된 시스템, 완벽을 중시하는 문화가 빠른 서비스 출시와 반복 개선 방식과 충돌하면서 디지털·AI 분야에서는 외부 기술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는 기술 경쟁력을 갖춘 한국 스타트업에게 분명한 기회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 변화도 긍정적이다. 대중문화와 소비재를 중심으로 한국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높아졌고, 중소·신생 기업에 대한 거부감도 과거보다 줄었다. 대기업이 선점하지 못한 틈새 시장을 스타트업이 공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일본 진출의 핵심은 철저한 현지화다. 기술이나 서비스의 출처가 한국이라는 점보다 중요한 것은 일본식 디자인과 운영 방식, 사용자 경험이다. 이를 간과한 채 단순 수출 개념으로 접근할 경우 성공 가능성은 낮아진다.

시장에 안착한 이후의 안정성은 일본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한번 신뢰 관계가 형성되면 거래가 장기간 유지되고, 대금 지급이 명확하며, 예측 가능한 매출 구조가 만들어진다. 기술 탈취나 일방적 조건 변경에 대한 우려도 상대적으로 적다.

종합하면 일본은 단기 성과를 노리는 시장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제2의 내수시장으로 구축할 가치가 있는 무대다. 특히 B2B 소프트웨어와 기술 기반 서비스 분야에서는 한국보다 더 큰 성장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라는 평가다. 꾸준한 현지화와 장기 전략을 전제로 접근한다면, 일본 시장은 한국 스타트업에게 가장 현실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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