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 시대는 미국이 군사·경제·외교 전반에서 세계 질서를 주도해 온 단극 체제가 약화되거나 종식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냉전 종식 이후 이어진 미국 중심 국제질서가 균열을 보이며, 다극화·지역화·블록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현재의 국제 정세를 설명하는 표현이다.
이 용어는 본래 역사 연구 맥락에서 지도와 함께 특정 시대의 권력 구조, 교역망, 전쟁과 외교의 변화를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아틀라스’적 접근을 가리키는 데서 출발했다. 과거 『아틀라스 한국사·세계사』 시리즈처럼 공간과 권력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탐구하는 방법론이 대표적이다. 이후 개념은 확장돼, 오늘날에는 국제질서의 전환기를 설명하는 은유로 널리 쓰이고 있다.
최근 국제 정세에서 아틀라스 시대가 거론되는 배경에는 미국 우선주의 강화, 동맹의 조건부화, 글로벌 공공재 제공 축소가 있다. 여기에 중국의 부상,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 중동과 글로벌 사우스의 전략적 자율성 확대가 맞물리며 단일 패권의 구심력이 약화되고 있다. 세계는 미·중 전략 경쟁을 축으로 하되, 지역별로 상이한 질서가 병존하는 구조로 이동 중이다.
이 전환은 경제와 안보, 기술 표준에서도 확인된다. 공급망 재편과 기술 블록화, 에너지 안보의 재부상, 지역 안보협력의 다변화가 동시에 진행된다. 국가들은 보편 규범보다 자국 이익과 위험 관리에 초점을 맞추며, 선택적 연대와 실용 외교를 강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틀라스 시대는 특정 국가의 몰락을 단정하는 개념이라기보다, 세계 질서가 단선적 중심에서 복수의 축으로 이동하는 과도기를 설명한다. 지도 위에서 권력과 네트워크가 재배치되는 과정 자체가 핵심이며, 각국의 전략 선택이 새로운 지도를 그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