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2001년 저소득국에서 중하위 소득국으로, 2010년 중상위 소득국으로 올라선 뒤 이제 고소득국 진입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있다. 올해 안에 1인당 GDP가 고소득국 기준인 1만3,935달러를 넘길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진짜 관건은 이 지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다.
중진국 함정이란 한 국가가 임금 수준은 중진국에 이르렀으나 기술·산업 고도화에 실패해 다시 성장 둔화 국면으로 빠지는 현상이다. 1960년부터 2008년까지 중간 소득대에 진입한 101개국 중 오직 13개국만이 고소득국으로 전환에 성공했다. 중국 역시 높은 임금 수준을 유지하면서 단순 제조에 머무른다면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의 2024년 1인당 GDP는 1만3,303달러로, 1년간 목표 성장률인 약 5% 달성, 위안화 환율 안정, 인구 소폭 감소가 동시 충족되면 올해 말 기준선을 넘어설 전망이다. 하지만 성장 모델 전환 없이 단순히 고소득국 문턱을 넘는 것은 허울뿐인 진입에 그칠 위험이 크다.
현재 중국 경제는 투자·수출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GDP 대비 투자 비중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투자 효율성은 하락 중이며, 수출도 더 이상 대규모 확대가 어렵다. 반면 가계 소비 비중은 GDP의 40%에 불과해 세계 평균 56% 수준을 크게 밑돈다. 저축 중심 구조가 내수 회복을 가로막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소비 진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부채 증가와 디플레이션 압력, 과도한 가격 경쟁 등 구조적 난제가 내수 확대를 제약한다. 지방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 진작을 위한 재정·통화 정책의 실효성도 약해진 상태다.
기술·산업 측면에서는 전기차·배터리·친환경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제조 2025’ 정책의 성과가 뚜렷하다. 항공우주와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가시적 진전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 혁신이 제도 개혁과 결합되지 않으면 생산성 향상은 한계에 부딪힌다.
고소득국 진입의 진정한 시험대는 ‘기준선 돌파’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 궤도 확보’다. 소비 중심의 내수 경제로 전환하고, 시장·분배·노동·금융 구조를 개혁해 혁신 역량을 강화해야만 중진국 함정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고소득국 지위는 잠깐 스쳐가는 성취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