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시대에도 ‘한컴오피스’ 고집하는 정부… “불편은 국민 몫”

정부와 공공기관이 여전히 한컴오피스 기반 문서 체계를 고수하면서 국민 불편과 데이터 활용 한계, 소프트웨어 경쟁 저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AI와 빅데이터가 행정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은 시대에, 폐쇄적 문서 환경이 국가 디지털 경쟁력을 뒤처지게 한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의 문서 대부분은 여전히 HWP 형식으로 배포된다. 이는 민간에서 사용하는 워드(docx)나 웹 문서 형식과 달라 호환성이 떨어진다. 한컴오피스를 보유하지 않은 국민은 문서 열람조차 어렵고, 뷰어 프로그램을 써도 편집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특정 기업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구조”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컴오피스가 공공부문에서 뿌리내린 건 1990년대 후반 ‘국산 소프트웨어 보호 정책’의 산물이다. 당시 정부는 불법 복제 단속과 함께 국산 프로그램 사용을 장려했고, 그 결과 한컴이 대표적인 공공 SW로 자리 잡았다. 이후 공직사회에는 ‘한컴 문서 작성’이 사실상 비공식 규범으로 굳어졌다. 한 행정기관 관계자는 “규정상 특정 프로그램을 강제하는 조항은 없지만, 업무상 안 쓰면 불이익이 생긴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최근 들어 개방형 문서 형식 도입을 추진 중이다. 행정안전부는 2022년부터 보도자료·공고문 등에 XML 기반의 ‘HWPX’ 형식을 권장하고 있다. HWPX는 문서 구조를 기계가 읽을 수 있도록 설계돼 AI 분석이나 데이터 추출이 용이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호환성 문제로 시행착오가 잦다. 일부 공공기관 시스템은 HWPX 파일을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표·이미지 일부가 깨지는 오류가 발생하고, 구버전 한컴오피스에서는 변환조차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한컴 중심 문서 정책이 국민 선택권을 제약하고 기술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한다.
첫째, 접근성 제약이다. 한컴오피스가 없는 환경에서는 문서를 읽거나 수정할 수 없고, 뷰어로는 기능이 제한된다. 과거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공공기관 문서의 HWP 독점을 금지해 달라”는 요청이 올라오기도 했다.
둘째, 데이터 활용성 저하다. 폐쇄적 포맷에 묶인 문서는 AI 학습이나 데이터 분석에 활용하기 어렵다. OCR(광학문자인식)으로 변환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비용과 오류가 발생한다.
셋째, 기술 경쟁 저해다. 정부가 특정 형식을 사실상 표준으로 유지하면 다른 국산 오피스 SW 기업의 진입 기회가 막히고, 결과적으로 혁신이 둔화된다.

국제적으로는 이미 ODF(Open Document Format) 같은 개방형 문서 규격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는 공공문서의 상호호환성과 투명성을 위해 ODF 채택을 확대하고 있다.

향후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복수 포맷(HWPX·DOCX·ODF 등)을 병행 허용하며 단계적으로 개방형 전환을 추진하고, 공공 웹·전자결재 시스템의 호환성을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개방형 표준을 법제화하고,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업이 경쟁할 수 있는 정책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AI와 데이터 중심 행정의 시대, 정부가 여전히 폐쇄적 문서 체계에 머무른다면 디지털 전환의 주체가 아닌 장애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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