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후의 자화상은? –
숭의여고에서의 진로진학상담이 시작되었다. 정상 등교 시간보다 이른 아침 7시 10분에 시작되는 상담임에도 불구하고 상기된 표정으로 진로 상담에 임하는 학생들이 대견하기만 하다. 진로진학상담교사이기에 대입 상담보다는 진로 및 직업을 위한 로드맵이 메인이다. 대입 상담은 자신의 진로와 직업을 위한 하나의 징검다리일 뿐이다. 하지만 아직 꿈을 정하지 못한 학생들이 문제다. 그렇다고 배치표에 기반하여 무작정 성적에 맞춘 대입 상담은 무책임한 과거로의 회귀이기에 꿈이 없는 학생들에게 권하는 방법은 <10년 후의 자화상 그리기>이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제는 <빨리빨리 문화>보다 삶의 방향이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다. 선진국의 상징인 OECD에 가입(1996년)한 지 20여 년이 되었고, ODA 수용국에서 공여국으로 바뀐 최초의 국가가 된 우리나라도 이제는 삶에 있어 속도보다는 삶의 방향과 삶의 가치를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그래서 필자는 학생들에게 필자에게 있어서 <10년 후의 자화상>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이야기해 준다.
나의 인생에 있어서 변곡점이 된 시점은 모두 <10년 후의 자화상>과 관련이 있다. 나의 첫 <10년 후의 자화상>은 중학교 때 찾아왔다. 가정 형편상 인문계 고교에 진학할 형편이 아니었음은 물론, 농사나 공장에서 일할 능력(?)이 되지 못함을 알기에 <10년 후의 자화상>이 공장 노동자가 되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그래서 코피 터지게 죽어라 공부해서 3년간 먹고 자고 입고 공부하고 심지어 신발까지 무료로 제공해 주는 수도공고에 진학하게 되었다. 전형적인 문과 체질인 나로서는 고난의 터널에 진입한 것이었다.
3년간의 전액 장학생 제도는 9년간의 의무 복무가 옵션이었다. 그렇게 입사한 한국전력에서의 첫 근무지는 충북 제천이었다. 그곳 제천 한전에서 나는 두 번째 <10년 후의 자화상>을 맞이한다. 당시 신의 직장이라 불리던 한전에서 나름 보람을 느끼며 열심히 근무하였지만, <10년 후의 자화상>을 그려보니 기술자로 계속 근무하기에는 등대 잃은 난파선의 선장이 된 기분이었다. 그리하여 10년 후의 자신을 위해 직장 생활과 더불어 대입을 준비하게 되었다. 직장 생활과 시작된 대입 준비와 대학 및 대학원 생활은 영어교사 자격증 획득과 함께 나의 두 번째 직업인 영어교사라는 인생 선물을 안겨주었다.
교직 1년 만에 한전 11년의 보람을 뛰어넘을 만큼 보람과 감사와 행복함을 선언하였다. 그렇게 10여 년의 행복한 교직 생활과 함께 다시 <10년 후의 나>를 준비해야만 했다. 시대가 급변하며 조기 유학이 붐인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나는 불혹의 나이에 유학의 길에 오르게 된다. 다행히도 현직 교사에게는 전공 심화를 위한 유학 휴직 제도가 있어서 영어교사로서는 금상첨화였다. 게다가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두 딸도 동행하여 유학의 기쁨은 배가 되었다. 그저 감사한 일이었다.
그렇게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영어교사로서의 삶은 매우 행복하고 보람이었노라고 자부한다. 강남구청에서 실시하는 중학생 대상 공교육 영어캠프에서의 강사 활동, 영어교사 심화연수에서의 코디네이터 활동, 섬기는 학교가 영어 공교육 우수학교로 선정되는데 주도적 역할, 특목고나 외고에서나 가능할 영어디베이트 대회 참가와 대입 영어 특기자 전형 합격자 배출 등 나름 10여 년의 영어교사로서 학교생활은 행복 그 자체였다. 그리고 교직 마지막 10년을 바라보며 진로진학상담교사로 변신하게 된다. 11년간의 한전에서의 엔지니어 생활과 22년 동안의 영어교사에 이어 11년간의 세 번째 직업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이렇게 44년간의 직장 생활을 끝으로 정년퇴직하였으나, 퇴직 전에 퇴직 후의 마지막 <10년 후의 자화상>을 생각하며 <한국어 교사 자격증> 과정과 <다문화 전문가> 과정 학위 취득을 위해 사이버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10년 후의 자화상>은 이렇게 나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노력이라는 열차를 탑승하게 하였다.
학생들의 꿈을 위한 상담으로 자신에게 맞는 직업 유형과 자신의 성격에 맞는 직업 유형 찾아보기, 그리고 커리어넷이나 워크넷 사이트에서의 직업흥미검사 등이 있지만, 이러한 활동에서는 도저히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하는 학생들이 매년 상당한 숫자에 이른다. 그래서 이들에게 <10년 후의 자화상> 그리기는 나름 상당히 의미 있는 자극이요 도전이 된다. 우리 학생들의 시선이 현재의 자신에게 머무르지 말고 적어도 10년 후의 자화상을 향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 학생들이 <10년 후의 자화상>을 희망삼아 노력하여 먼 훗날 행복한 삶의 주인공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