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한국학교는 올해로 개교 70주년을 넘긴 유서 깊은 학교이다. 초·중·고등부가 함께 자리한 이곳은 본국 교육과정, 영미권 교육과정 그리고 일본 교육과정이 어우러진 독특한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시도는 바로 초등부에서 실시되고 있는 영어 이머전(Immersion) 교육이다. 이머전 교육은 1963년 캐나다에서 시작된 외국어 교육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언어를 과목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수학·과학·생활 등 일반 교과를 외국어로 가르침으로써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그 언어에 몰입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캐나다에서 출발한 이 방식은 곧 미국으로 전파되었고,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주목받는 교육법으로 자리 잡았다.
동경한국학교가 이머전 교육을 도입한 배경에는 절박한 상황이 있었다. 2000년대 초, 동경한국학교의 영어 교육은 제한적이었고, 영어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은 깊어져 있었다. 게다가 일본 내 대기업들이 자녀를 국제학교에 보내면 학비를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학생 수 감소라는 위기까지 맞게 된 것이다. 학부모들의 요구와 학교의 필요가 맞물려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것이 영어 이머전 교육의 도입이었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교내외의 반대 의견도 많았고, 교사와 학부모들을 설득하기 위해 많은 회의와 설명회가 있었다. 서울의 모 초등학교 등 선진 사례를 직접 찾아가 자료를 모으기도 했다. 노력에 감동을 받았는지 2001년 설문조사에서는 98%가 이머전 교육의 도입을 찬성했다. 마침내 2002년, 1·2학년을 시작으로 동경한국학교의 영어 이머전 교육이 본격화되었다. 이후 매년 한 학년씩 확대되어, 2006년에는 전 학년이 영어 이머전 수업을 받는 체제가 구축되었다.

초기에는 교재 마련부터 난관이었다. 규정대로라면 한국의 교과서를 번역하여 교재로 사용해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한국 교과서를 번역하는 대신 미국 교과서를 그대로 사용하는 결단을 내렸는데, 이 선택은 결론적으로 성공적 모델이 되었다. 현재는 영어와 국어, 일본어가 균형 있게 강화되며, 학생들의 국어, 일어 실력까지 함께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과학 교육은 동경한국학교 이머전의 자랑이다. 미국 교재와 커리큘럼을 기반으로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체계적으로 운영되며, 첨단 과학 기자재와 원어민 교사의 협력이 더해져 학생들의 탐구 능력을 크게 확장시켰다. 교내 영어의 날, 영어 캠프, 각종 영어 발표회와 영어 도서관 운영은 학생들이 언어와 문화를 실제 생활 속에서 체득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었다.

돌이켜 보면, 동경한국학교의 이머전 교육은 그냥 외국어 학습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는 민족학교의 정체성을 지켜내면서도 세계 시민으로 자라날 아이들을 위한 교육적 돌파구였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교직원들의 눈물겨운 헌신, 학부모들의 신뢰와 후원이 모여 지금의 성과를 가능케 했다. 어떤 이는 묻는다. “민족교육과 이머전 교육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그러나 동경한국학교의 경험은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이머전 교육은 단순히 영어 실력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어, 일본어와 함께 삼중언어 환경 속에서 학생들을 세계와 연결시키며, 민족교육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민족학교의 정체성과 국제 사회의 요구 사이에서 동경한국학교가 선택한 이 길은 오늘날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교육은 언제나 시대와 함께 새롭게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