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작은 해프닝이 화제가 됐다. 공동선언문 서명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의 펜을 탐내자, 이 대통령이 즉석에서 건네준 것이다. 만년필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곧바로 “도대체 어떤 브랜드냐”는 궁금증이 폭발했다.
답은 의외였다. 해당 펜은 해외 명품 만년필이 아니라 청와대가 자체 제작한 특별 펜이다. 방명록이나 선언문 서명에 쓰이는 고급 유지(油紙) 종이는 일반 만년필 잉크가 잘 번지지 않는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이 평양공동선언 서명식에서 잉크 번짐으로 만년필 대신 네임펜을 급히 써야 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격에 맞지 않는 장면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이 경험을 교훈 삼아 당시 청와대 의전팀은 아예 네임펜심을 펜대에 넣는 방식을 고안했다. 고급 나무를 깎아 만든 두꺼운 펜대 안에 네임펜심을 장착하고, 외관은 만년필처럼 꾸몄다. 펜 상단에는 봉황을, 양 끝에는 태극 문양을 새기고, 전용 나무 상자까지 맞춤 제작해 품격을 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펜에 관심을 보인 배경에는 그의 ‘사인펜 취향’이 있다. 트럼프는 평소 미국판 네임펜이라 불리는 샤피(Sharpie)를 즐겨 사용해왔다. 그러나 굵고 싸구려 티가 나는 샤피는 국제무대 서명식에서 늘 격조 논란을 불렀다. 만년필 형태를 갖춘 네임펜이라면 그가 매력을 느낄 만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에게 선물하려고 의도적으로 만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이를 부인했다. 다만 의전팀이 트럼프의 취향을 충분히 고려했을 가능성은 크다. 실제로 2018년 한미 FTA 개정 서명 당시, 트럼프는 자신이 쓰던 샤피를 문 대통령에게 선물한 바 있다. 이번 청와대 제작 펜은 바로 그 장면에서 힌트를 얻은 결과물로 보인다.
이 ‘청와대 커스텀 펜’은 만년필 동호회와 컬렉터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역사적 서명에 사용된 한정판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져 “굿즈로 나오면 오픈런 각”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 작은 펜 한 자루는 외교 현장의 ‘숨은 디테일’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실패를 교훈 삼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의전팀의 준비, 상대의 취향까지 세밀하게 읽어낸 치밀함이 돋보인다. 이번 해프닝은 단순한 웃음거리를 넘어, 잘 준비된 디테일이 외교 무대에서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를 증명한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