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공개 두 달을 넘긴 지금까지도 글로벌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CNN은 이를 두고 “케이팝이 대중문화를 정복한 과정을 설명할 또 다른 기회”라고 평가했다.
케데헌은 넷플릭스 영화 부문 글로벌 누적 시청 2억회를 돌파하며 역대 흥행 2위에 올랐다. 작품에서 파생된 가상 걸그룹 ‘헌트릭스’의 OST ‘Golden’은 미국 빌보드 차트와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 동시에 정상에 올랐다. 한국 전통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연출도 세계적 호평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 작품을 두고 “디즈니의 ‘엔칸토’, ‘겨울왕국’이 남긴 문화적 영향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콘텐츠 업계의 시선은 복잡하다. 제작은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이 맡았고, 배급은 넷플릭스가 담당했다. 소재는 한국이지만 제작 주체가 일본 자본이라는 점에서 ‘K콘텐츠’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실제로 부산에서 열린 ‘글로벌 스트리밍 페스티벌’에서도 “이 프로젝트를 한국이 만들 수 없었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케데헌은 한국적 정체성을 충분히 품고 있다. 작곡가 이재, 프로듀서 테디, 안무가 리정 등 케이팝을 대표하는 인력이 참여해 음악과 퍼포먼스를 완성했고, 한국어 가사와 멜로디로 케이팝 고유의 감각을 구현했다. 컵라면, 김밥, 남산타워 같은 일상 소재를 현실감 있게 담아낸 점도 단순한 배경 묘사를 넘어 한국의 현재 라이프스타일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해외에서 한국 문화로 콘텐츠를 제작한 것은 그만큼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구글 트렌드에서 8월 셋째 주 ‘Korea’ 검색량은 2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케데헌 같은 대형 프로젝트가 나오기 어려웠던 현실을 짚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번 성과를 지나친 비관이나 일회적 흥분으로 소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케이팝과 한국 문화에 대한 글로벌 관심을 팬덤 확장과 차세대 K콘텐츠로 연결할 전략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