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칼럼 41> 일본 특강을 마치고 2

– 잃어버린 20년의 일본, 가깝고도 먼 나라 –

7차 교육과정 유공자의 일행으로 한일 월드컵이 열리던 2002년도에 방문했던 일본은 아시아의 유일한 선진국 반열에 올랐던 나라다. 선진국 교육과정 시찰이 연수의 핵심이었으나 일본의 문화 또한 큰 관심 영역의 하나였다.

한국인에게 있어서 일본은 늘 가깝고도 먼 나라, 그리고 애증의 관계인 나라다. 우리나라로부터 각종 문물을 전수받아 문화적 발전을 꾀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발판 삼아 대륙을 침공하거나, 임진왜란 등 숱한 침탈의 역사와 더불어 한일 합방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으로서는 늘 피해의식을 가지게 한 나라. 2차 대전 패전국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6.25를 불쏘시개로 사용하여 다시 경제 부흥의 발판으로 삼은 나라. 그런 이미지로 찾은 첫 일본은 깨끗한 거리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시민 의식 또한 선진 의식이었다.

소니로 대변되는 일본의 기술력은 초일류급 세계의 전자 제품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제품을 초라하게 만들었던 나라였지만, 현실에서 만난 거리의 일본인들은 마치 70~80년대의 한국인이 영어 사용자를 피해서 가듯 영어로 말을 거는 필자를 도망가듯 피해 가는 모습에서 선진국의 당당함은 보기 힘들었다. 물질적 선진국은 되었을지언정, 의식은 여전히 선진국에 이르지 못해 혼재된 문화 지체 상태였다.

기술이 발달하고 일본이 기술력 초일류 국가로서의 위용을 떨치고 있을 때 기술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스마트TV로 치고 나올 때 일본은 과거의 영광에 갇혀 잃어버린 일본 20년 즉 시대의 변화를 좇아가지 못한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산업혁명만큼이나 인터넷의 발명 그리고 쳇gpt의 전후가 인류 역사를 어떻게 바뀌게 할지 모르는 시대다. 정신 바짝 차려야 살아 남는다.

이번에 다시 방문하게 된 일본에서는 필자를 초청한 제자가 있어서 더 그러한지 모르나 20여년 전의 한일간의 격차를 외형적으로는 별로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지하철 안전시스템만 보아도 매뉴얼의 나라 일본보다 우리의 안전 시설이 더 세련되고 완벽했다. 서울올림픽과 월드컵을 계기로 국운이 상승한 우리나라는 기술력에서도 이미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였지만, K-culture로 대변되는 우리의 문화는 세계적으로 한국인임에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큼 위상이 높아졌다.

제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경제적 열등 국가로 취급하던 일본인들이 이제는 기술력에 있어서도 한국을 경계하고 있다고 한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기에 일본은 실기를 하였고, 우리는 기회를 잡은 후광으로 기술력에서 많은 부분 일본을 따라잡았다는 증거다. 게다가 K-culture의 확산으로 인해 외국의 안내 표지판에 일본어는 없어도 한국어는 표기되는 세상이 되었고, 한국어능력시험인 토픽 응시자도 일본인이 압도적인 1위 국가라고 한다. 소확행이란 말을 처음 사용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받지 못한 노벨 문학상을 한국의 한강 작가가 수상하였을 때, 오히려 이제는 일본인이 한국인을 시샘하고 부러워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우리가 더 이상 일본에 대한 열등감이나 시샘보다는 동반자적인 성숙함을 보여줄 때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신주쿠에서 만난 교포들은 한일 간 가교 역할을 하면서도 한국인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이제는 일본이 한국을 경시하거나 무시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필자가 근무하던 학교의 독립 운동 이야기가 복도에 전시된 사례를 보고 원어민 교사가 ‘왜 한국인은 아직도 이런 교육을 하느냐?’고 묻는 말에 내가 한 대답은 “Japan didn’t appologize yet!(일본은 아직 사과를 하지 않았다!)‘였다. 원어민 교사는 ’일본도 독일처럼 사과를 한 줄 알았다. 이해한다!‘였다.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 한 마디와 한일의 동반자적 상생을 통해 반일을 넘어 극일의 시대가 도래하길 기대하고 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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