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은 문자 그대로 ‘빛을 되찾은 날’이지만, 그 어원과 쓰임새를 살펴보면 훨씬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광복(光復)은 중국 원사(元史)에 등장하는 ‘광복조종지업(光復祖宗之業)’에서 유래했으며, 여기서의 광복은 ‘영예로운 회복’을 뜻한다. 한영사전에도 glorious restoration으로 번역돼 있다.
한자 光(광)은 단순히 ‘빛’만이 아니라 세월·기세·영예·경관·문화 등 다양한 의미를 포함한다. 예컨대 관광(觀光)의 광은 ‘경관·경치’를, 영광(榮光)의 광은 ‘영예’를 가리킨다. 따라서 광복은 ‘옛 영예를 되살린다’는 뜻에서 출발해 ‘주권과 국토를 되찾는다’는 의미로 확장됐다. 1945년 8월 15일 일본 식민 통치로 빼앗긴 주권을 회복한 날을 ‘광복절’로 부른 것은 이 같은 어원을 고려할 때 적절한 선택이었다.
반면 독립(independence)은 원래 중국에서 ‘자주(自主)’ 또는 ‘치기(治己)’로 번역됐다. 1866년 윌헬름 로브쉬트(Lobscheid)의 영화자전(英華字典)과 1864년 마틴(William Martin)의 만국공법 번역에서 ‘자주’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한 것이 그 사례다. 조일수호조규(1876) 제1조에도 ‘자주지방(自主之邦)’이라 명기된 바 있다.
일본에서는 1880년대 이후 independence를 ‘독립(獨立)’으로 번역하는 경향이 강화됐다. 1882년 오츠키 세츠조의 만국공법 번역본에서 ‘독립’의 사용 빈도가 높아진 것이 대표적이다. 1894년 조일잠정합동조관에는 “일본국은 조선을 도와 독립과 자주의 대업을 성취하게 할 것을 희망”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국내에서도 서재필이 1896년 창간한 독립신문과 그 영자지 The Independent, 독립문·독립협회 등의 명칭이 이를 반영한다. 독립문은 청일전쟁 이후 중국 사대 질서에서 벗어난 조선의 외교주권 회복을 기념해 설치됐다.
동아시아에서 ‘자주’는 사대 질서 안의 내치(內治)를, ‘독립’은 국제법상의 외교 주권 행사를 가리켰다. 그러나 1870년대 이후 사대 질서가 해체되면서 두 용어는 점차 같은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1919년 3·1운동 독립선언문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임시헌장에도 ‘조선의 독립국이요,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한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종합해보면 광복절의 ‘광복’은 영예로운 회복에서 비롯해 주권 회복의 의미로 자리 잡았고, ‘독립’은 국제법적 주권 행사를 강조하는 용어로 발전했다. 1949년 국회에서 채택된 ‘광복절’이 당시의 역사적 의미를 정확히 반영한 명칭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