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구물리학연합회(AGU)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지구과학분야의 학회로, 매년 수만 명의 연구자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AGU의 성공은 단순한 조직력이나 자원 때문만이 아니라, 사무국 직원들의 배려와 협력의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최근 AGU의 리더십 및 거버넌스 부문 부회장인 셰릴 엔더라인 (Cheryl Enderlein)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어떻게 직원과 자원봉사로 일하는 과학자들 간의 관계를 조율하고, 학회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지에 대해 들어보았다.
“함께 일하는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
AGU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사무국 직원들의 배려와 세심한 관심이다. 셰릴은 “직원들은 자원봉사로 일하는 교수나 연구자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들의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에, 적절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설명했다.

AGU의 사무국에서는 단순히 업무를 분담하고 지시하는 것을 넘어서, 과학자들의 어려움을 먼저 이해하고 도울 방법을 찾는다. “회의 준비를 할 때, 우리가 필요한 정보만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부담이 되는 점이 없는지 먼저 물어봅니다”라고 셰릴은 덧붙였다. 이 같은 접근 방식은 그들이 진정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며, 학회 활동에 대한 몰입과 참여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와 달리, 일본의 많은 학회에서는 교수들이 연구와 교육 외에도 학회 행정 업무까지 자원봉사로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교수들은 학회의 요구와 본업 사이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AGU의 사무국 직원들은 “언제까지 이 일을 해주세요”라는 지시 대신, “어려운 점이 있나요?”,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먼저 던진다. 이러한 배려는 학회의 운영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오며, 교수들이 부담을 덜고 본연의 연구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효율적인 운영의 열쇠: 명확한 역할 분담과 프로세스
AGU의 운영 방식에서 또 하나 감명 깊었던 점은 명확한 역할 분담과 체계적인 프로세스다. 셰릴은 “모든 것을 내가 할 수는 없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전략적인 결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직원들이 행정적인 세부 사항을 처리합니다”라고 말했다.
AGU에서는 회의 준비 과정이 철저하게 체계화되어 있다. “8주 전에는 아젠다 항목을 수집하고, 6주 전까지 자료가 준비됩니다. 모든 자료는 AGU의 브랜드에 맞게 정리하고, 최종 패키지는 회의 2주 전에 발송됩니다”라고 셰릴은 설명했다. 이처럼 세밀한 일정 관리 덕분에, 자원봉사자들은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으며, 회의에서 전략적인 논의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셰릴은 아젠다의 구성에서도 참가자들의 피로를 고려한다. “집중도가 높은 세션 뒤에는 반드시 휴식 시간을 배치하고, 인터랙티브한 활동을 통해 참여자들이 재충전할 수 있도록 합니다”라고 말했다. AGU의 철저한 계획은 참가자들이 최상의 상태에서 회의에 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파트너십 모델: 동등한 협력과 존중의 문화
AGU의 성공은 직원과 자원봉사자 간의 파트너십에서 비롯된다. 셰릴은 “AGU는 직원과 과학자들이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지만, 서로를 동등하게 존중하며 협력하는 것이 핵심입니다”라고 강조했다.
AGU에서는 직원들이 과학자들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과학자들 역시 직원들의 운영 능력을 인정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과학자들은 연구와 학술적인 통찰을 제공하고, 직원들은 운영의 세부 사항을 책임집니다. 이 두 가지 역할이 균형을 이루며 AGU의 전략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합니다”라고 셰릴은 설명했다.
또한, AGU는 직원과 과학자들 간의 관계 형성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관계가 잘 형성되지 않으면, 일이 지연되거나 중단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소통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려고 노력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 외 다른 학회에서 교수와 행정 직원 간의 소통이 부족해 발생하는 문제와는 대조적이다.
자원봉사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만드는 긍정적 문화
AGU의 사무국 직원들은 자원봉사자들이 학회 활동에 의미 있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셰릴은 “자원봉사자의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에, 그들의 역할이 의미 있고 보람 있는 것이 되도록 조율합니다”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자가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먼저 어려움을 이해하고,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가끔 자원봉사자들이 시간 부족이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여가 어렵다고 할 때, 우리는 이를 이해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무리하게 요청하기보다는, 언제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셰릴은 강조했다.
이와 같은 접근 방식은 자원봉사자들이 학회 활동에서 진정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며, 이들의 사기를 높이고 지속적인 참여를 이끌어 낸다. 이러한 문화는 AGU의 핵심 가치이자 성공의 비결이다.
일본 학회에 주는 시사점: 교수 부담의 경감과 운영의 혁신
AGU의 운영 모델은 일본과 아시아의 학회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힌트를 제공한다. 많은 일본 학회에서는 교수들이 연구와 교육 외에도 학회의 행정 업무까지 담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큰 부담이 된다. AGU의 사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 업무는 전문 직원이 담당하고, 교수들은 연구와 학문적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셰릴은 “교수들은 본연의 연구와 교육에 집중해야 합니다. 나머지 업무는 직원들이 담당하고, 전략적 결정과 리더십 역할은 자원봉사자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AGU 모델이 제시하는 학회 운영의 새로운 가능성
AGU의 성공은 배려와 존중을 기반으로 한 직원들의 헌신, 명확한 역할 분담, 체계적인 계획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일본과 다른 국가의 학회들이 교수들의 부담을 줄이고, 연구와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셰릴의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었다.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부터 시작하고, 과정을 믿으세요.” AGU의 경험은 국제적인 학회 운영의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앞으로 학회 운영의 혁신적인 모델로 자리 잡을 것이다.

About Cheryl L. Enderlein, CAE
BA Communications Journalism, University of Northwestern – St. Paul
Sr. Director of Governance & Volunteer Management, Governance Director, Executive Administrator at Society of Actuaries (1994-2007)
Publisher at LeaderTreks (2007-2008)
Program Analyst at Rampart Global (2008-2010)
Director, Leadership & Volunteer Services at American Geophysical Union (2010-2022)
VP, Leadership & Governance at American Geophysical Union (2022-Present)
송원서 (Ph.D.)
AGU 리더십 개발/거버넌스 위원회 위원
JpGU 글로벌 전략 위원회 간사
일본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