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스시의 신’에서 아들로…긴자 스키야바시 지로, 에도마에 스시의 혼을 잇다

일본을 대표하는 스시 장인 오노 지로(小野二郎)가 100세를 맞은 가운데, 도쿄 긴자의 명점 ‘스키야바시 지로(すきやばし次郎)’가 장남 오노 요시카즈(小野禎一)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세대 계승에 들어갔다. 단순히 기술을 물려주는 차원을 넘어 에도마에 스시의 철학과 장인 정신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일본 외식업계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오노 지로는 1925년 10월 27일생으로 지난해 100세를 맞았다. 1951년 도쿄 교바시의 ‘요시노(与志乃)’에 들어가 스시 장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1965년 현재의 긴자 자리에서 스키야바시 지로를 독립 개업했다. 2005년에는 에도시대부터 이어져 온 니기리즈시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연구와 시도를 계속해온 점을 인정받아 일본 후생노동성의 ‘현대의 명공’에 선정됐다. 2014년에는 황수포장을 받았으며 2019년에는 93세 128일의 나이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최고령 요리사 기네스 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매장의 ‘츠케바’, 즉 손님 앞에서 직접 스시를 쥐는 자리는 장남 요시카즈가 사실상 책임지고 있다. 요시카즈는 24세 때 스키야바시 지로에 들어가 40년 넘게 아버지 곁에서 스시를 익혔다. 차남 오노 다카시(小野隆士)는 ‘스키야바시 지로 롯폰기힐스점’을 운영하고 있다.

스키야바시 지로의 수련 방식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수습 과정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가 뜨거운 물수건을 짜는 일이다. 뜨거운 상태를 유지하면서 제대로 물기를 빼려면 손기술뿐 아니라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는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요시카즈는 과거에는 선배가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고 후배가 보고 배우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기술과 이유를 말로 설명하며 가르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을 그대로 고정시키기보다 전통을 전달하는 방식 자체는 시대에 맞게 바꾸고 있는 셈이다.

스키야바시 지로가 강조하는 것은 ‘SUSHI’와 일본의 전통적인 ‘鮨’의 차이다. 세계 각지에서 스시 레스토랑이 늘어나고 현지 식문화와 결합한 다양한 스타일이 등장했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에도마에 스시라는 입장이다.

에도마에 스시는 단순히 생선을 밥 위에 올리는 음식이 아니다. 생선을 숙성시키고 식초에 절이고 삶거나 간장에 조리는 등 재료의 성질에 따라 손질한 뒤 밥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냉장기술이 없던 에도시대 도쿄의 음식문화에서 발전한 방식이 오늘날 고급 스시의 원형 가운데 하나가 됐다.

매장 공간에도 전통이 남아 있다. 카운터 위쪽의 ‘우치노렌(内のれん)’은 스시가 에도시대 노점 음식에서 출발한 흔적이다. 손님과 스시를 놓는 판 사이, 그리고 판과 장인 사이 거리를 각각 1척5촌씩 확보해 전체 약 3척으로 만드는 카운터 구조 역시 전통적인 스시집의 공간 감각을 반영한다.

그러나 스키야바시 지로의 역사는 전통만 고집한 역사가 아니다. 오히려 오노 지로는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현재의 고급 스시 스타일을 만들어낸 장인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것이 ‘오마카세’의 구성이다. 지로는 프랑스 요리의 코스 구성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각각의 스시를 어떤 순서로 먹을 것인지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했다. 최근에는 참치 붉은살을 먼저 내고 흰살생선이나 오징어 등으로 이어지는 등 그 구성도 시대와 재료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 있다.

쿠루마에비를 주문 직전에 삶아 사람의 체온에 가까운 온도로 제공하거나, 문어 역시 적절한 온도와 식감을 맞추고, 가다랑어를 볏짚으로 훈연하는 방식도 사용해왔다. 샤리를 지나치게 차갑게 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스시의 중심이 생선이 아니라 ‘맛있는 샤리를 먹게 하기 위한 조화’라는 철학이 깔려 있다.

이 같은 접근법은 오늘날 일본 고급 스시점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새로운 시도였다. 전통을 지키는 일이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을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개선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2014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함께 이곳을 찾으면서 스키야바시 지로는 세계적으로도 더욱 유명해졌다. 당시 제공된 참치 역시 일본 최고급 참치 유통업자로 알려진 후지타수산이 선별한 천연 참다랑어였다.

오노 지로는 현재 고령으로 직접 카운터에서 스시를 쥐는 일은 거의 하지 않지만 매장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남 요시카즈는 오랜 기간 아버지 곁에서 기술을 익혔음에도 아버지가 매장에 오면 여전히 긴장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아버지는 늘 훨씬 앞에 있다는 설명이다.

스키야바시 지로가 마주한 또 다른 과제는 자연환경의 변화다. 기후변화로 어종별 제철 시기와 어장이 달라지고 있고, 냉동기술과 어업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과거에 정립된 ‘정답’만으로 미래의 스시를 만들 수 없는 상황이다.

요시카즈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가장 중요한 유산 역시 특정 레시피나 손기술이라기보다 ‘답이 없는 문제를 계속 생각하는 자세’에 가깝다. 현재 구할 수 있는 재료에서 무엇을 더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덜어내야 샤리가 가장 맛있어지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노 지로의 100세를 기념한 저서 ‘스키야바시 지로 백세 스시 이야기(すきやばし次郎 百歳「鮨がたり」)’도 올해 6월 출간됐다. 60년 넘게 긴자 한자리에서 스시를 만들어온 한 장인의 삶이 이제 일본 음식문화의 기록으로 남겨지고 있다.

스키야바시 지로의 세대교체가 주목받는 이유는 유명 음식점의 경영 승계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SUSHI’가 하나의 보편적인 음식 장르가 된 시대에 일본의 에도마에 스시가 어떤 원칙을 남기고 어떤 부분을 변화시킬 것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오노 지로에서 오노 요시카즈로 이어지는 긴자의 작은 카운터는 지금 일본 장인문화가 전통을 다음 세대에 넘기는 방식을 보여주는 하나의 현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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