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속도만큼 안전이 중요하다…실도로 시험대 오른 한국 자율주행

자율주행차가 연구실과 시험장을 벗어나 실제 도로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2027년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대규모 실증과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술 경쟁 못지않게 사고와 시스템 오작동, 사이버보안, 사고 책임 문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상용화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광주를 자율주행 실증도시로 조성하고 광주시 전역 약 500㎢를 자율차 시범운행지구로 지정했다. 현대자동차와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라이드플럭스 등 3개사는 자율주행 국가대표 기업으로 선정됐다. 정부는 광주 실증을 기반으로 2027년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레벨4는 기존 운전자 보조기술과 성격이 다르다. 레벨2에서는 운전자가 운전의 주체이고 시스템이 조향과 가감속 등을 보조한다. 레벨3에서는 일정한 조건에서 시스템이 주행하지만 필요하면 운전자에게 운전 전환을 요구한다. 레벨4에서는 정해진 운행설계영역 안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시스템이 주행을 수행한다.

자율주행 기술의 가장 큰 시험대는 실제 도로다. 보행자의 갑작스러운 진입과 오토바이, 불법 주정차 차량, 공사구간, 훼손된 차선, 돌발적인 끼어들기 등 시험장에서 완전히 재현하기 어려운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폭우와 폭설, 안개, 역광 등 기상환경도 변수다.

특히 발생 빈도는 낮지만 사고 위험이 큰 예외적 상황을 뜻하는 ‘엣지 케이스’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정상적인 도로에서 수천㎞를 문제없이 달리는 것보다 돌발 상황에서 한 번의 판단을 정확하게 내리는 것이 안전성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공개한 자율주행차 사고 통계에 따르면 사고는 2022년 7건, 2023년 27건, 2024년 31건, 2025년 9월까지 47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부터 2025년 9월까지 모두 112건이다. 이 가운데 자율주행모드 운행 중 발생한 사고는 전체의 약 35% 수준이었다.

다만 사고 건수 증가만으로 자율주행차의 위험성이 높아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시험 차량과 운행지역, 전체 주행거리가 늘어나면 사고 건수도 함께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판단하려면 단순 사고 건수뿐 아니라 총주행거리당 사고율과 사고 유형, 사고 당시 자율주행시스템 작동 여부, 상대 차량의 과실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실제 도로에서는 시스템이 위험을 감지해도 사고를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갑자기 차로를 침범하는 차량이나 보행자가 나타났을 때 주변 차량이나 구조물 때문에 회피 공간이 없다면 자율주행차도 물리적인 한계에 직면한다.

센서의 한계도 풀어야 할 과제다. 카메라는 폭우와 눈, 역광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라이다와 레이더 역시 주변 환경에 따라 인식 성능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위성항법 신호가 불안정한 터널이나 지하도로, 고층 건물이 밀집한 도심 역시 자율주행차에는 까다로운 환경이다.

정부가 경기 화성에 구축한 자율주행 시험도시 K-City를 고도화하는 것도 실제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검증하기 위해서다. 도심과 자동차전용도로를 비롯해 악천후와 통신 장애 등 다양한 주행환경을 시험할 수 있도록 시설을 확대해 왔다.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의 판단 능력도 중요하다. 자율주행 인공지능은 실제 도로에서 확보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정부는 올해 6월부터 자율주행 기술개발을 목적으로 개인정보가 포함된 원본 영상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시행했다. 차량번호와 보행자 얼굴 등이 포함된 실제 도로 영상을 인공지능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 것이다.

데이터 활용 확대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함께 부상하고 있다. 자율주행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제 주행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개인정보가 목적과 달리 사용되거나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사이버보안도 자동차 안전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자율주행차는 차량 내부의 센서뿐 아니라 통신망과 정밀지도, 관제시스템, 외부 서버 등과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차량이나 외부 시스템에 잘못된 정보가 입력되면 기존 자동차에서는 발생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사고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도 기계와 엔진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와 보안 능력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사람이 운전한 자동차 사고는 운전자 과실이 주요 판단 대상이지만 자율주행차는 구조가 복잡하다.

운전자와 자동차 제작사,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사 등이 사고 원인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사고 순간 차량이 어떤 상태였는지 정확히 기록하는 장치가 중요한 이유다.

국내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 사고조사위원회가 자율주행정보기록장치에 저장된 정보를 바탕으로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차량이 자율주행 상태였는지, 시스템이 어떤 판단을 했는지, 운전자에게 운전 전환을 요구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차량 안에 운전자가 없는 단계에도 대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무인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운전자가 탑승하는 시험운행에서 사람이 차량 안에 없는 무인 자율주행으로 넘어가기 위한 제도 정비가 시작된 것이다.

위험성이 있다고 자율주행 개발 자체를 늦추는 것도 현실적인 해법은 아니다. 자율주행은 완성차뿐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와 센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지도, 통신, 모빌리티 서비스가 결합하는 산업이다.

고령화와 지방 인구 감소가 진행되는 한국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의 활용 범위가 더욱 넓어질 수 있다. 운전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농어촌이나 대중교통 취약지역에서 자율주행 버스와 셔틀을 활용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정부도 2027년 충청권 레벨4 자율주행 간선급행버스체계 도입과 농어촌 등 교통취약지역 자율주행 버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결국 한국 자율주행 산업이 풀어야 할 문제는 ‘개발이냐 안전이냐’의 선택이 아니다. 기술개발 속도에 맞춰 안전 검증과 사고조사, 사이버보안, 개인정보 보호, 책임체계도 함께 끌어올려야 한다.

실도로 운행이 확대될수록 사고와 오작동 데이터의 가치도 커진다.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다시 인공지능 학습과 안전기준에 반영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자율주행차가 인간 운전자보다 안전한지를 판단하려면 객관적인 비교 지표도 필요하다. 단순한 사고 건수가 아니라 주행거리당 사고와 인명피해 정도, 사고 원인 등을 놓고 인간 운전과 자율주행을 비교하는 장기 데이터가 축적돼야 한다.

‘인공지능이 운전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막연한 기대도 경계해야 한다. 반대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술 전체의 안전성을 단정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한국 자율주행 산업은 기술 시연 단계를 넘어 실제 도로에서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2027년 레벨4 상용화라는 일정만큼 중요한 것은 이용자가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경쟁력은 자동차가 얼마나 빠르게 스스로 달리느냐뿐 아니라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판단하고 안전하게 멈출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개발 속도와 안전성 가운데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이유다.

댓글 남기기

EduKorea News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