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쌀은 한국이나 일본에서 주식으로 먹는 찰기 있는 단립종이 아니라, 밥알이 길고 서로 잘 달라붙지 않는 장립종(Long Grain)이다. 미국인의 식문화와 요리 방식에 맞춰 발전한 결과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쌀의 약 75%는 장립종이며, 중립종은 약 24%, 단립종은 약 1% 수준에 불과하다. 장립종은 주로 아칸소, 루이지애나, 텍사스, 미시시피 등 남부 지역에서 대규모로 재배된다.
장립종 쌀은 전분 가운데 아밀로스(Amylose) 함량이 높아 밥을 지으면 알이 서로 잘 붙지 않고 푸슬푸슬한 식감을 유지한다. 반면 한국과 일본에서 주로 먹는 자포니카 계열 단립종은 아밀로펙틴(Amylopectin) 비율이 높아 찰기가 강하고 쫀득한 식감을 낸다. 아밀로스 함량이 낮을수록 밥은 더욱 끈적해지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장립종이 볶음밥, 필라프, 샐러드, 검보, 케이준 요리 등 밥알이 흩어지는 요리에 널리 사용된다. 반대로 초밥이나 주먹밥처럼 밥이 잘 뭉쳐야 하는 음식에는 캘리포니아산 중·단립종이나 일본계 자포니카 품종을 사용한다.
일부에서는 “미국 쌀에는 찰기가 없다”고 인식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초밥용 중·단립종과 찹쌀(Glutinous Rice)을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 쌀협회는 미국에서 소비되는 초밥의 상당수가 미국산 중·단립종으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식문화 차이도 소비 패턴을 결정짓는 요인이다. 미국에서는 고기와 채소, 소스를 곁들이는 요리가 많아 밥알이 서로 분리되는 식감이 선호되는 반면, 한국과 일본은 반찬과 함께 밥을 집어 먹는 문화가 발달해 찰기가 있는 쌀이 적합하다.
결국 미국에서 주로 먹는 쌀은 찰기가 거의 없는 장립종이 중심이지만, 요리 목적에 따라 찰기가 있는 중립종과 단립종도 함께 생산·소비되는 것이 미국 쌀 시장의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