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강변에 자리한 절두산 성지는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순교 성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곳은 1866년 병인박해 당시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참수형으로 순교한 장소로, 오늘날 한국 천주교 순교 신앙의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절두산은 원래 누에의 머리 모양을 닮았다 하여 ‘잠두봉’으로 불렸다. 그러나 병인박해 시기 이곳에서 대규모 처형이 이뤄지면서 ‘머리를 자른 산’이라는 뜻의 절두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당시 흥선대원군 정권은 천주교를 국가 질서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탄압을 벌였으며, 특히 프랑스 함대의 침입 이후 천주교 신자들에 대한 박해가 더욱 격화됐다.
기록으로 확인된 절두산 순교자는 29명이지만, 실제 희생자는 이보다 훨씬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병인박해 당시에는 재판 절차 없이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만으로 처형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한국 천주교계는 1950년대부터 절두산을 순교 성지로 보존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병인박해 100주년을 맞은 1966년 기념관 건립이 추진됐으며, 현재의 절두산 순교성지가 조성됐다. 성지 내에는 순례성당과 순교자 유해실,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등이 들어서 있다.
특히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은 한국 교회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전문 박물관으로 평가받는다. 박물관에는 순교자 유품과 교회사 관련 사료, 형구 등 3500여 점 이상의 유물이 소장돼 있으며, 한국 천주교의 형성과 박해, 순교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성지에는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동상과 순교자 현양비가 설치돼 있으며, 지하 성해실에는 순교 성인들과 무명 순교자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 이러한 시설들은 순교자들의 신앙과 희생정신을 기리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절두산 성지는 국내외 가톨릭 신자들의 주요 순례지일 뿐 아니라 일반 시민과 관광객이 한국 근대 종교사의 아픈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역사문화 공간으로도 기능하고 있다. 병인박해의 비극과 신앙의 자유를 향한 희생을 기억하는 장소로서 그 의미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