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시대의 역설…하버드·MIT는 SAT 부활, 한국은 수능 흔든다



한국 교육계가 ‘킬러 문항 배제’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축소·폐지 논의를 이어가는 사이 미국 최상위권 대학들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Harvard University와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는 최근 SAT·ACT 점수 제출을 다시 의무화하며 “통제된 환경에서 검증된 학업 능력”의 중요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배경은 명확하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 때문이다. 챗GPT와 같은 AI는 불과 몇 분 만에 수준 높은 자기소개서와 에세이를 작성해낸다. 대학 입장에서는 집에서 작성한 결과물만으로 학생의 실제 역량을 판단하기 어려워졌다는 위기의식이 커졌다.

하버드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SAT·ACT 제출 의무를 부활시켰다. MIT 역시 이미 2022년 시험 제출 의무화를 재개했다. 미국 주요 대학들이 팬데믹 시기 도입했던 ‘테스트 옵셔널(Test Optional)’ 정책을 다시 되돌리는 흐름이다.

이들 대학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현장 검증’이다. 제한된 시간과 감독 환경에서 학생이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AI 시대에는 과제·에세이·포트폴리오의 진정성을 판별하기 어려워지면서 표준화 시험의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교육계에서는 “AI는 집에서 하는 숙제를 대체할 수 있지만 시험장 안의 사고력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SAT는 단순 암기보다 독해력과 수리적 추론 능력을 측정하는 방향으로 개편돼 왔다는 점도 재평가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한국은 수능의 변별력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사교육 경감을 이유로 ‘킬러 문항’ 배제를 추진했고, 일부에서는 수능 자체를 축소하거나 자격고사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AI 확산 국면에서 이런 흐름이 오히려 평가 신뢰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생성형 AI는 논술·자기소개서·생활기록부 기반 활동 정리 등에서 이미 강력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대학 입시가 결과물 중심으로 흐를수록 AI 활용 여부를 구분하기 어려워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입시의 중심축이 바뀌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무엇을 제출했는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누가 직접 해냈는가’를 검증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AI 시대의 교육 경쟁은 역설적으로 더 원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고 있다. 감독 아래 제한된 시간 안에서 스스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미국 최상위 대학들은 이미 그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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