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양 표준 체계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가 사실상 사라졌다. 해역을 지명이 아닌 숫자 코드로 표기하는 방식이 도입되면서다.
25일 외신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제수로기구(IHO)는 모나코에서 열린 제4차 총회에서 디지털 해도 표준 ‘S-130’을 채택했다. 이번 결정으로 기존 표준 해도집인 ‘S-23’은 공식 기준에서 물러나고 참고 자료로만 활용된다.
새 표준인 ‘S-130’은 바다 이름 대신 위도·경도를 기반으로 한 고유 식별번호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특정 해역을 ‘동해’ 또는 ‘일본해’처럼 명칭으로 구분하지 않고 데이터 좌표 체계로 처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기존 ‘S-23’에 단독 등재돼 있던 ‘일본해(Sea of Japan)’ 표기도 디지털 표준에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
문제의 출발점은 192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IHO가 ‘S-23’을 편찬하던 당시 한국은 일제강점기 상황으로 명칭 논의에 참여하지 못했고, 그 결과 ‘일본해’ 단독 표기가 국제 기준으로 굳어졌다. 이후 한국은 ‘동해’ 병기를 요구해 왔으나 한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논의는 장기간 교착 상태를 이어왔다.
이번 S-130 도입으로 명칭 자체를 둘러싼 외교적 충돌은 구조적으로 약화될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새로운 경쟁 국면이 시작됐다고 평가한다. 단순 명칭 병기에서 벗어나,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에서 ‘동해’ 표기를 얼마나 확산시키느냐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박창건 국민대 교수는 “이제는 이름을 넣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 구조 속에서 동해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노출되느냐가 중요해졌다”며 “구글 지도 등 글로벌 서비스와의 연계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해양 정보 체계가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이번 표준 개편은 국제 지명 분쟁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