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흔드는 화이트칼라 일자리…청년 ‘경력 사다리’ 붕괴 우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기업 업무에 본격적으로 통합되면서 글로벌 노동시장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변화의 충격은 전통적으로 자동화 위험이 높다고 여겨졌던 제조업이 아니라 전문직과 사무직, 특히 저연차 화이트칼라 직무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노동시장 분석에서 2026년 글로벌 노동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흐름으로 ‘AI의 본격적 내재화’를 지목, 성형 AI가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기업 업무 프로세스에 통합되면서 직무 구조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5년 보고서를 통해 고학력·고숙련 직무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로 단순 대체되는 단계가 아니라 직무 재설계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AI가 일자리를 직접 없애기보다 직무 구조를 바꾸고 그 영향이 저연차나 보조적 역할을 담당하는 직무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미 미국에서는 변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일부 대형 법률사무소는 판례 조사와 문서 리서치 등 주니어 변호사 업무 시간을 AI 도입 이후 40~60% 줄였다고 밝힌 바 있다. 회계법인 역시 초급 감사 업무와 데이터 검증 업무 상당 부분을 자동화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에서도 리서치 애널리스트 채용 규모 축소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력 규모가 줄어든다. 문제는 초임 단계 일자리가 단순한 비용 요소가 아니라 전문성 축적의 경로였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신입 직원이 반복 업무를 수행하면서 현장 감각과 문제 해결 능력을 축적했고 이후 중견 전문가로 성장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었다. AI가 이러한 경력 형성 사다리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상황은 구조적 전환과 인구 변화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더 복합적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이미 현실화됐지만 청년층의 대기업·전문직 선호는 여전히 높다. 동시에 기업들은 공개 채용을 줄이고 수시 채용과 경력직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대기업과 금융권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신입 사무직 공채 규모가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직무는 외주화되거나 AI 기반 자동화로 대체되고 있으며 인턴이나 계약직 중심의 유연 고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 결과 청년층은 경력 없이는 취업이 어렵고 취업하지 못하면 경력을 쌓을 수 없는 구조적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 정리, 보고서 초안 작성, 시장조사 지원 등 과거 신입사원이 담당하던 업무가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일자리 감소를 넘어 조직 내에서 업무를 배우는 과정 자체가 축소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의 경험은 중요한 사례로 언급된다. 일본은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청년 고용이 급감했고 비정규직 중심 노동시장 구조가 고착화됐다. 정규직 진입에 실패한 청년층이 장기간 비정규직에 머무르면서 소득과 경력 격차가 확대됐다. 이후 일본 정부는 청년고용 촉진 정책과 직업훈련 강화 등을 통해 노동시장 진입 지원 정책을 확대했다.

최근 일본 기업들은 AI 도입과 함께 직무 재설계와 재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신입 인력을 단순 보조 업무에 배치하기보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 구조로 전환하는 시도도 늘고 있다.

AI 도입은 노동법적 논의도 촉발하고 있다. 알고리즘이 채용, 평가, 보상, 해고 등 인사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할 경우 책임 주체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AI 도입으로 특정 직무가 축소될 경우 기업이 재교육과 직무 전환을 어느 수준까지 책임져야 하는지도 중요한 논의 대상이다.

유럽에서는 AI 기반 채용과 평가 시스템을 고위험 기술로 분류하고 투명성과 차별 방지 의무를 강화하는 규제가 도입되고 있다. 일부 미국 주에서도 AI 채용 도구에 대한 사전 감사와 정보 공개 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법이 기술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와 인력 전략을 재설계하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반복적 업무는 AI가 담당하고 인간은 해석, 전략적 판단, 대인 커뮤니케이션 등 고차원적 업무를 맡는 방식으로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기업 내부 교육과 공공 직업훈련 체계를 연계한 재교육 시스템 구축과 프로젝트 기반 채용 모델 확대도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AI는 전문직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격은 청년층과 저연차 사무직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시장 진입 경로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향후 사회 이동성과 세대 격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댓글 남기기

EduKorea News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