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 일본 동경한국학교 강당이 깊은 울림과 감동으로 가득 채워졌다. 국립국악중학교 소리샘예술단이 펼친 특별 공연이 학생들과 교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국경을 넘어 이어지는 우리 전통문화의 힘을 생생히 전한 것이다. 이날 공연은 해외에서 생활하며 성장하는 재외동포 자녀들에게 ‘우리의 소리’와 ‘우리의 몸짓’을 온전히 느끼게 해주는 뜻깊은 문화 체험의 장이었다.

국립국악중학교는 1955년, 중·고등학교 6년 과정의 국립국악원 부설 국악사 양성소로 문을 연 이래 한국 전통예술 교육의 산실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후 국악 조기교육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1991년 국립국악중학교로 새롭게 개교하였고, 현재는 학년당 120명, 총 3개 학년 360명의 학생들이 가야금, 거문고, 대금, 피리, 해금, 아쟁, 타악, 정가, 판소리, 민요, 한국무용 등 다양한 전공 분야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으며 재학 중이다. 학생들은 ‘소리샘예술제’를 비롯한 각종 공연 활동을 통해 기량을 갈고닦으며, 창의성과 지혜를 겸비한 국악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의 결실은 수 많은 졸업생들이 현재 국악계 전반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동경한국학교에서 펼쳐진 공연은 관현합주 ‘취타’를 시작으로 부채 입춤, 판소리 ‘토끼 잡아들이는 대목’, 진도북춤, 민요와 전래동요 그리고 국악관현악 ‘넌 할 수 있어’, ‘아름다운 나라’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공연을 관람한 초등부 학생 720명과 고등부 학생 40명은 무대가 끝날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로 화답하며 전통예술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첫 무대를 장식한 ‘취타’는 임금의 행차나 군대의 행진에 사용되었던 대취타를 관현악 편성으로 변주한 곡으로, 거문고·대금·소금·향피리·해금·아쟁·장구·박 등 다양한 악기가 어우러져 웅장하면서도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해외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교과서 속 설명을 넘어, 몸으로 느끼는 살아 있는 전통음악의 현장이었다.

이어진 부채 입춤은 민속무용 입춤의 기본 틀 위에 부채를 들고 추는 형식으로 발전한 춤으로, 절제된 동작 속에 담긴 한국 춤 특유의 미학과 여백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전했다. 판소리 ‘토끼 잡아들이는 대목’에서는 별주부 자라에게 속아 수궁에 들어간 토끼를 잡으라는 용왕의 명령이 내려지며 긴박한 장면이 펼쳐졌다. 토끼를 붙잡으려는 이들의 분주한 행동과, 자신이 토끼가 아니라고 둘러대는 토끼의 재치 있는 대사는 학생들의 웃음과 탄성을 자아내며 자연스럽게 판소리의 매력 속으로 이끌었다.

국악관현악으로 새롭게 편곡된 ‘넌 할 수 있어’와 ‘아름다운 나라’는 이날 공연의 백미였다.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동요 ‘넌 할 수 있어 라고 말해주세요’가 국악관현악의 풍성한 선율로 재탄생하며, 관객석에 앉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연주자와 관객이 하나가 되는 순간, 공연장은 국악이라는 매개를 통해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감동의 공간으로 변모했다.

해외에서 생활하고 공부하는 재외동포 자녀들은 우리 문화를 직접 체험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그렇기에 이날 공연은 단순한 문화 행사를 넘어, 정체성과 뿌리를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공연을 지켜보던 초등부 교사는 눈시울을 붉히며 아이들과 함께 무대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우리 문화가 지닌 힘과 그것이 아이들의 마음에 남기는 울림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번 국립국악중학교 소리샘 예술단의 동경한국학교 공연은 전통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앞으로도 이러한 문화 교류의 기회가 더욱 자주 마련되어 해외 곳곳에서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