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로 여깁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소중함’이 때로는 자녀의 발목을 잡고 성장을 억압하는 굴레가 되기도 합니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행사하는 과도한 통제와 소유 의식은 아이의 행복을 가장 먼저 해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감히 이야기합니다. 부모가 부모의 역할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그 자녀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많은 부모가 무의식적으로 자녀를 자신의 일부로 생각합니다. ‘내 아이니까’, ‘내가 책임지니까’,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사고 방식은 결국 자녀를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대리인’, ‘미완의 숙제를 대신 수행할 존재’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러나 진실은 명확합니다. 자녀는 부모의 꿈을 완성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닙니다. 부모가 이루지 못한 꿈을 자녀에게 투영하는 순간, 아이는 자신이 아니라 ‘부모의 그림자’로 살게 됩니다. 이는 자율성과 정체성을 파괴하고, 무엇보다 자녀의 행복을 빼앗는 행위입니다.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부모의 모습은 자녀의 평생을 흔들게 됩니다]
학교 현장에서 있다보면, 부모의 말과 태도가 자녀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수없이 목격합니다. 학부모 간 갈등, 교사와의 충돌, 감정적 언행…. 이 모든 상황을 자녀는 보고 듣고 느끼며 배우게 됩니다. 자녀 앞에서 교사나 다른 부모를 비난하는 것은 단순한 감정 표출이 아닙니다. 자녀에게 불신, 불안, 공격성을 주입하는 ‘부정적 사회 학습’입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언어로 세상을 해석합니다. 부모가 분노로 문제를 다루면, 아이도 분노로 관계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부모가 비난을 통해 상황을 설명하면, 아이 역시 비난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정당화하려 합니다. 학교는 교사·학생·학부모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입니다. 이 협력 구조가 흔들리면 피해는 고스란히 자녀에게 돌아갑니다. 따라서 감정 조절과 이성적 대응은 선택이 아니라 부모의 의무입니다.
[부모의 말 한 마디가 자녀의 자존감을 결정합니다]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 ‘왜 너는 남들처럼 못 하니?’ 이런 말들은 자녀에게 동기부여가 아닌 ‘평생의 짐’을 지우는 독이 됩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말은 비교와 협박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지지하는 말입니다. ‘네 마음을 이해해.’, ‘네 존재는 언제나 소중해.’ 이런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할 때, 자녀는 실수해도 무너지지 않는 강한 회복탄력성을 갖게 됩니다.

[부모의 개입이 지나치면 아이의 성장은 멈추게 될 수 있습니다]
부모가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은 사랑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녀의 성장을 빼앗는 일이 될 것입니다. 선택의 기회를 주고 실패의 경험을 허용하고 그 결과를 스스로 수습하게 하는 과정이 바로 성장을 만드는 교육입니다. 작은 선택부터 아이가 결정하게 해야 합니다. ‘오늘 가방을 정리할지, 내일 아침에 할지 네가 결정해 보렴. 단, 내일 늦지 않을 책임은 네게 있어.’ 이런 경험이 쌓여 아이는 ‘내 삶은 내가 주인’이라는 감각을 갖게 될 것입니다.
[학교와 교사를 존중하는 태도는 자녀에게 안정감을 주게 됩니다]
부모가 학교를 신뢰하지 않으면, 자녀 역시 학교 공동체에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학부모의 부정적 발언은 곧바로 자녀의 불안으로 전이됩니다. 학교와 교사는 자녀의 학습을 책임지는 전문가입니다. 부모는 이들과 대립하는 존재가 아니라 협력해야 할 파트너입니다. 감정적으로 항의하기보다, 필요한 정보와 사실을 정중하게 주고받는 태도는 결국 자녀에게 ‘문제는 이성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라는 강력한 사회적 학습이 됩니다.
[부모의 태도는 자녀의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교육이 됩니다]
부모가 성숙하고 균형 잡힌 태도를 보일 때, 아이는 안정된 자아를 형성합니다. 부모가 감정을 관리하고 성찰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는 삶의 어려움을 감당하는 법을 자연스레 배웁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부모의 잘못된 신념이 자녀의 평생을 짐처럼 짓누르는 경우입니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의 보호자 역할을 ‘심각한 책임’으로 인식해야 하며,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자녀의 미래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자녀의 행복은 부모가 어떤 사람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바람직한 부모는 자녀를 통제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녀가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뿌리를 잡아주는 사람입니다.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고 부모 자신의 감정을 성숙하게 관리하며 학교와 함께 협력적으로 자녀의 성장을 지원할 때 자녀는 비로소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합니다. 자녀의 내일을 바꾸고 싶다면 그리고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오늘 부모의 태도를 심각하게 되돌아보셔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