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본 애니메이션의 정점, 귀멸의 칼날을 아시나요

처음엔 제목조차 낯설었다. ‘귀멸의 칼날’이라니, 귀신이 나오고 칼로 싸운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이 작품은 슈에이샤의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된 만화로 시작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애니메이션화된 시리즈다. 이미 수십 편의 TV 시리즈와 극장판도 여러 편이 나왔지만, 나는 그동안 단 한 화도 본 적이 없었다. 솔직히 일본 애니메이션에 특별한 관심이 없었다. 일본에 살다 보면, 애니메이션을 사랑해서 일본에 온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그 부류가 아니었다. 그런데 중학생 딸이 이번 귀멸의 칼날 극장판을 또 보러 간다는 말을 듣고, 도대체 이게 뭐길래 그럴까 싶었다. 조카도 너무 재밌다고 했다. 결국 나도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그저 호기심 하나로 극장에 들어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최고 걸작’이라 부를 만하다. 세 시간이나 되는 러닝타임 동안 ‘귀신을 칼로 찌르고 목을 잘라 죽이는 이야기’라는 단순한 틀 속에, 놀라울 만큼 깊은 감정선과 철저히 계산된 연출이 녹아 있었다. 피가 튀고 목이 베이는 장면이 있지만, 그것은 잔혹함이 아니라 일종의 미학이었다. 피를 흩뿌리는 대신, 붓으로 찍은 듯 절제된 장면들이 이어진다. 일본 특유의 절제미와 상징적 표현이 살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이 단순한 ‘칼로 귀신을 베는 이야기’ 속에 인간의 상처, 슬픔, 구원, 가족애 같은 거대한 서사가 들어 있었다는 점이다. 악으로 변한 존재조차 한때는 인간이었다는 사실, 그들이 악이 되기까지의 사연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나는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단순한 선악의 대립이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녹아 있었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을 보며 또 한 번 놀랐다. 제작진 명단 속에는 외국인 이름이 많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통 위에 세계 각국의 인재들이 힘을 보탠, 진정한 글로벌 작품이었다. 일본 문화의 섬세함과 기술력이 결합해 만들어낸 예술적 결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이제야 알았다. 왜 수많은 젊은이들이, 심지어 내 딸까지도 이토록 이 작품에 열광하는지. 귀멸의 칼날은 그냥 ‘귀신을 무찌르는 만화영화’가 아니라 상처 입은 인간의 이야기이고, 동시에 일본이라는 나라의 미학과 정서가 응축된 한 편의 대서사시였다.

혹시 나처럼 이 작품을 한 번도 보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이번 극장판을 꼭 추천하고 싶다.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될 것이고, 일본 문화가 가진 깊이와 절제를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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