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는 모두 같은 하얀 가루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단백질 함량의 차이로 전혀 다른 성격이 숨어 있다. 제빵용 강력분과 일반 요리에 쓰이는 중력분이 대표적이다.
강력분은 단단한 경질밀을 원료로 만들어 단백질 함량이 11~14% 수준에 이른다. 물을 만나면 글루텐이 많이 형성돼 반죽이 끈기 있고 탄력 있다. 이 때문에 발효 과정에서 내부 가스를 잘 가두며, 빵이 풍성하게 부풀고 쫄깃한 식감을 만든다. 식빵, 베이글, 피자도우 같은 제빵류에 강력분이 쓰이는 이유다.
반면 중력분은 단백질 함량이 8~11% 정도로 강력분보다 낮다. 반죽의 탄성이 적고 질감이 부드럽다. 과도하게 부풀지 않아 모양을 잡기 쉬워 국수, 만두피, 부침개, 쿠키 등 다양한 요리에 폭넓게 활용된다. ‘만능 밀가루’로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요리 전문가들은 “빵은 강력분, 면과 부침은 중력분”이 기본 공식이라고 조언한다. 다만 중력분에 글루텐을 소량 보충하면 빵을 만들 수도 있고, 강력분에 전분을 섞어 부침용으로 쓰는 식의 응용도 가능하다.
결국 밀가루 선택은 요리의 질감을 결정하는 첫 단계다. 같은 밀에서 태어났지만, 단백질 함량의 ‘힘’이 만든 차이가 식탁의 맛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