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고등학교는 여름방학을 보내고 9월에 개학을 한다. 하지만 문화제 준비가 곧바로 이어지다 보니 아이들은 학업 분위기에 쉽게 몰입하지 못한다. 고3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수업 중 교재에서 한국 음식 이야기가 나오자, 아이들은 한목소리로 “비빔밥이나 떡볶이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라고 외쳤다. 그래서 준비했다. 입시와 졸업을 앞두고 불안과 고민 속에 있는 아이들에게 작은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자 ‘비빔밥 체험 수업’을 마련한 것이다.

색이 전하는 이야기
책상 위에는 밤늦게까지 직접 무쳐 온 나물과 지단, 양념한 소고기, 잘게 썬 맛김, 그리고 나만의 레시피를 더한 맛고추장이 가지런히 놓였다.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와, 무슨 잔치 같아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비빔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빨강·노랑·초록·하양·검정, 다섯 색이 하나의 그릇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오방색의 음식이다. 청색은 생명력, 적색은 활기, 황색은 중심, 백색은 순수, 흑색은 깊이를 상징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음양오행설의 세계관을 곁들여 음식 속에 담긴 철학을 전했다.
아이들은 곧장 반응했다.
“아, 그래서 이렇게 색이 다양한 거군요.”
“저는 흰색 콩나물이 좋아요. 순수하잖아요.”


나만의 그릇, 나만의 우주
각자가 고른 색과 맛으로 장식을 한 ‘나만의 비빔밥’이 완성됐다. 어떤 그릇은 당근이 듬뿍 들어 붉게 빛났고, 또 어떤 그릇은 오이와 시금치로 가득 차 싱그럽게 빛났다.
서로의 그릇을 들여다보며 아이들은 말했다.
“네 건 봄 같네.”
“내 건 가을 같다.”
그 순간 교실은 싱그러운 계절로 물들었다.
마지막에는 모두가 참기름과 고추장을 올린 뒤 “비벼비벼~”를 외치며 숟가락을 돌렸다. 재료들이 뒤섞이며 하나의 맛을 이루는 순간, 작은 그릇 안에 거대한 조화가 태어났다. 그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아이들의 웃음과 마음까지 섞여 들어간 작은 우주였다.


음식이 전하는 위로
수업 준비 과정은 쉽지 않았다. 나물을 하나하나 무치고,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노심초사하며 만원 전철에 몸을 싣기도 했다. 그러나 그 정성은 아이들의 환한 함박웃음으로 돌아왔다.
한 그릇의 비빔밥 속에서 아이들은 맛뿐만 아니라 함께 어울리는 즐거움과 조화의 아름다움을 배웠다. 작은 보너스로 곁들인 신라면은 아이들에게 더 큰 즐거움이었다. “진짜 한국 드라마 속에 들어온 것 같아요!” ”여기가 한국 학교 같아요!! ”라며 웃음소리가 교실에 퍼졌다.


마무리하며
비빔밥 한 그릇에 담긴 색과 맛, 그리고 조화의 철학은 아이들에게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서로 다른 재료가 어울려 하나의 맛을 내듯, 아이들도 각자의 빛깔을 지닌 채 세상 속에서 저마다의 자리에서 빛나기를 바란다.
그날의 비빔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한국의 식문화를 통해 한국을 알리고자 하는 비빔의 마음이었고 아이들을 향한 따뜻한 응원의 마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