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학을 떠올리면 한국에서는 흔히 도쿄대학, 와세다대학, 게이오대학 같은 유명 사립 명문이 먼저 언급된다. 하지만 일본 각 지역에도 학문적 전통과 독자적 색채를 지닌 대학이 적지 않다. 필자는 히로시마대학에서 학위를 마친 뒤 벤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UBC)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최근에는 나고야대학에서 안식년을 경험했다.
히로시마대학은 교육학 분야에서 명성이 높다. 국어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도 이곳에서 공부했다. 나고야대학은 지방에 위치해 있지만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한 대학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자연과학대학 건물은 밤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고, 연구에 몰두하는 교수들의 모습에서 ‘또 다른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고야대학의 기본 교육방침은 ‘용기 있는 지식인’이다. 이 문구는 상표등록까지 되어 있을 정도로 학교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 구호는 묵직한 의미를 던진다.
교수들의 생활은 소박하다. 대부분 점심을 도시락이나 빵으로 해결하고, 회의도 도시락을 곁들여 진행한다. 식당에서 여유 있게 식사하는 모습은 드물다. 세련된 차림과는 거리가 있지만, 배낭을 메고 자료를 보며 걷는 교수들의 모습에서 학문에 몰두하는 또 다른 멋을 엿볼 수 있다.
캠퍼스 환경도 특이하다. 대학 주변에는 흔한 술집이나 카페가 거의 없지만, 교내에는 서점과 편의점, 카페, 생활협동조합 등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학생들이 시간을 아껴 공부하고 활동에 집중하도록 한 배려다. 휴일에도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이 많고, 일부 동아리는 합숙훈련까지 진행한다. 이 인연은 사회생활에서도 이어져 일본 특유의 인맥 문화로 발전한다.
도서관과 자원봉사 학생들의 존재는 외국인 연구자와 유학생에게 특히 인상적이다. 일본어, 영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원고 교정이나 안내를 돕는 학생들과 풍부한 자료는 연구 환경을 크게 풍요롭게 한다.
대학 구성원들의 태도에서도 일본 사회의 면모가 드러난다. 경비원 대부분이 노년층인데, 자전거 하나를 세울 때도 간격과 각도를 꼼꼼히 맞추는 모습에서 일본식 성실함과 섬세함을 엿볼 수 있다.
*이경수 전 쿄토 국제고 교장의 SNS글을 기사화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