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규격 외 인간이 필요한 이유

일본의 우편제도에는 정형 우편물(定形郵便物)과 정형 외 우편물(定形外郵便物)이 있다. 크기와 요금은 다르지만, 둘 다 똑같이 우편물이다. 작은 봉투에 꼭 맞는 물건이 있듯, 큰 봉투에 담아야 하는 물건도 있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을 규격에 맞추려 한다면 억눌림과 낭비가 생길 뿐이다. 규격 외의 존재가 있어야만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얼마 전 부모 면담에서 지난 학기 가장 큰 문제를 일으켰던 학생의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는 불안으로 가득했지만, 내가 받은 인상은 단순했다. 그 학생은 잘하고 못하고, 좋고 나쁨을 떠나서, 단지 규격 외의 인간일 뿐이었다. 일본 학교가 정해 놓은 틀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이런 학생이야말로 지금 교육 현장에서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나 또한 일본 사회에서는 규격 외의 인간이다. 외국인으로서 살아가며, 정규 교육과정을 넘어 영상 편집, 유튜브 활용, AI의 적극적 도입을 가르치고 있다. 전통적인 교수상과는 다를 수 있지만, 학생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다는 점에서 교사의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규격에 맞는 교사가 규격에 맞는 학생만 양산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하지 않다. 오히려 규격 외 교원이 규격 외 학생을 이해하고 이끌어내는 것이 교육의 본분이다.

일본의 학교는 오랫동안 ‘모범적’이고 ‘성실한’ 학생을 이상형으로 삼아왔다. 그리고 그런 학생들이 교사가 되어 다시 비슷한 학생들을 길러낸다. 문제는, 규격 속에서만 살아온 교사일수록 규격 밖 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교육에는 규격 외의 경험을 가진 교원이 필요하다.

히키코모리, 등교 거부, 학교 부적응과 같은 문제는 결국 규격 외 인간을 어떻게 다루느냐와 연결된다. 그들을 배제하면 사회의 위험은 커진다. 그러나 그들의 개성과 재능을 살려낸다면, 혁신을 일으키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혹시 이런 가능성을 너무 쉽게 잘라내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규격 외 인간을 문제로 보기보다, 새로운 가능성의 씨앗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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