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개관과 동시에 큰 화제를 모은 와세다대학교 국제문학관, 일명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는 이제 단순한 도서관을 넘어 와세다의 얼굴이자 도쿄의 새로운 문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초창기에는 예약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비교적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어, 연일 많은 관광객과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특히 서양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도 눈에 띄며, 와세다의 홍보에 있어 큰 축을 담당하는 장소로 성장했다.
이곳은 건축가 쿠마 켄고가 기존 문학부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새롭게 태어난 공간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방문자를 압도하는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이 언어별로 쭉 진열된 책장이다. 세계 각국으로 번역된 책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 그 자체가 무라카미 문학의 보편성과 영향력을 증명한다. 전시 공간 끝에는 무라카미의 작업 공간을 촬영한 사진이 걸려 있어, 책상 위 소품 하나, 오래된 맥 컴퓨터 하나를 통해 그의 섬세한 감각과 작가로서의 치밀함을 엿볼 수 있다.
한층 더 들어서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무라카미가 즐겨 들었던 재즈와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그 속에서 앉아 있으면 어느새 작가의 감성에 동화되는 듯한 묘한 힐링의 순간을 경험한다. 위층으로 올라가면 시기에 따라 기획 전시가 열린다. 대형 박물관에서는 볼 수 없는 정밀하고 섬세한 전시가 이어져, 문학이 생활 속으로 스며드는 방식을 실감케 한다. 또 다른 공간에서는 영상 자료와 오디오북을 접할 수 있고, 그의 감성을 가득 담은 스튜디오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이 라이브러리의 하이라이트는 지하 공간에 있다. 카페 ‘오렌지 캣’ 너머로 보이는 무라카미의 서재 재현 공간은 방문자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다. 책상, 의자, 소파, 컴퓨터 등 세세한 부분까지 재현된 그의 작업실은 문학이 태어나는 장소를 직접 목격하는 듯한 감흥을 준다. 의자의 형태 하나조차 작가의 생활 습관을 상상하게 만들며, 그 공간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문학의 현장을 체험하게 한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지하 1층의 화장실이다. 단순히 기능적 공간을 넘어 디자인과 감각이 살아 있는 또 하나의 전시 공간처럼 꾸며져 있다. 픽토그램조차 감각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일본적인 디테일’과 ‘무라카미적 감성’을 동시에 체감할 수 있다.
나는 이곳을 열 번 넘게 찾았다. 문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이 라이브러리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인물이 지닌 감각과 일본적 세밀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학생들은 이곳을 힐링의 공간으로 사랑하고, 관광객들은 일본 문화의 섬세함을 체험하는 장소로 기억한다. 일본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나는 꼭 이곳을 추천하고 싶다. 와세다대학교 국제문학관,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는 단순한 문학관을 넘어, 하나의 살아 있는 문화 경험이기 때문이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