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한국인 3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1957년 일본 규슈 사가현에서 태어났다. 조부 손종경이 1930년대 일본으로 건너가 광산 노동자로 생계를 이어갔고, 아버지는 밀주 제조와 고기잡이 배 운영으로 가족을 부양했다. 가족은 일본 사회의 편견 속에 힘든 세월을 보냈다.
손정의의 본명은 일본식 이름인 야스모토 마사요시였다. 이는 차별과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그는 학교와 사회에서 ‘조센징’이라는 멸칭과 취업 차별을 겪었다. 이 경험은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17세에 미국 유학을 택한 것도 편견에서 벗어나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함이었다.
1977년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던 그는 발명으로 한 달 1만 달러를 벌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접한 뒤 전자사전 아이디어를 고안해 시제품을 제작, 샤프전자에 약 100만 달러 규모로 판매하며 사업가로서 첫 성공을 거뒀다.
1981년 일본에 귀국해 소프트뱅크를 설립한 그는 1990년 일본으로 귀화했다. 당시 외국 국적자에 대한 제약이 컸고, 사업상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성씨 ‘손’을 지키기 위해 일본인 아내의 성을 먼저 ‘손’으로 변경한 뒤 자신의 성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을 택했다.
손정의는 이후 통신·인터넷·AI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00년 마윈의 알리바바에 2천만 달러를 투자해 3,000배 이상의 수익을 거뒀으며, 스프린트(2013), ARM(2016) 인수 등 굵직한 투자를 이어갔다. 쿠팡에도 30억 달러를 투입해 물류망 확충에 기여했다. 최근에는 오픈AI에 20억 달러를 투자했고, 4년간 최대 5,000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구축 계획을 밝히며 ‘인공초지능(ASI)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투자 실패도 있었지만 미래 지향적 투자 철학은 변함없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약 100억 엔을 기부하고, 은퇴 시까지 급여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사회적 책임에도 앞장서고 있다.
차별 속에서 성장한 손정의는 이를 극복하고 일본 2위 부호가 됐다. 그의 도전과 비전은 기술 혁신과 사회적 책임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