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反대학 전선’…하버드, 반격의 상징 되다

미국 하버드 대학이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의 ‘대학 길들이기’ 시도에 맞선 저항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측은 주요 대학들이 민주당 지지층을 형성하고 보이지 않는 권력(딥스테이트)의 중추라고 인식, 연방정부 차원의 조사와 압박에 나섰다. 하버드가 이를 공개 거부하면서 대학과 정부 간 정면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갈등의 도화선은 3월 10일, 트럼프 행정부가 60개 대학을 대상으로 ‘유대인 차별’ 조사를 지시하면서 점화됐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반대 시위가 유대인을 위협했다는 이유다. 연방정부는 민권법을 근거로 대학이 차별을 용인했다면 지원 중단 등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하버드에는 ‘다양성 정책 폐지’라는 내용을 담은 5쪽짜리 서한을 보내, 외국인 학생과 교수진 관리까지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하버드 총장 앨런 가버는 즉각 “정부가 대학의 교육·채용·연구 방향을 통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측은 예산 삭감과 세제 혜택 폐지 등으로 대응했다. 연구비 22억 달러와 면세 혜택 최대 1조 원 규모가 타깃이 됐으며, 외국인 유학생 비자 발급도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미 12명의 비자가 취소됐다.

전문가들은 하버드가 75조 원 규모 기금과 글로벌 동문 네트워크로 버틸 수 있다고 전망하지만, 문제는 하버드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연방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공립대와 연구중심대학, 외국인 유학생이 많은 수십 개 대학이 같은 위험에 놓여 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비자 취소자는 1200명을 넘었고, 향후 110만 명에 달하는 전체 유학생의 체류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트럼프 진영은 이번 조치가 선거 공약이었던 ‘급진 좌파 대학 척결’의 연장선임을 숨기지 않는다. 부통령 러닝메이트 J.D. 밴스는 “교수들은 적”이라고 단언했고, 우파 인사 찰리 커크는 저서 〈대학 사기〉를 통해 “대학이 청년의 미래를 망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민 여론은 엇갈린다. 이민 문제를 더 중시하는 반응도 있고, 대학 신뢰도 자체가 낮아 대응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대학에 대한 미국 시민의 신뢰도는 36%로 10년 전보다 21%p 낮아졌고, 공화당원 사이에선 20%에 불과했다.

대학이 시민 교육과 사회 문제 대응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존스홉킨스 대학 총장 로널드 대니얼스는 “트럼프는 대학에 비판적 감정을 지닌 유권자의 분노를 이해하고 이용한다”고 분석했다.

하버드는 미국보다 먼저 설립된 기관이다. 임기 4년의 대통령과 388년 역사의 대학 사이에서, 누가 더 공동체의 폭넓은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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