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한국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존재다. 특히 일본처럼 해당 제도가 원래 존재하지 않는 국가에서는 한국에서 파견된 교장에 의해 한국의 운영위원회 모델을 준용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초기에는 학교장의 자문기구 성격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위원장의 리더십에 따라 권한의 범위나 영향력도 달라지고 있다. 위원장을 일본 현지 교사나 중고등학교 PTA 회장이 맡는 경우도 있으며, 일부 학교는 이사회와 평의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운영하는 등, 한국의 방식과는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운영위원 스스로가 자신의 권한과 의무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한국 내에서도 학교운영위원회에 대한 관심은 예전만 못하다. 교육감과 교육위원을 직접 선출하던 시절에는 학교운영위원 선출을 두고 학기 초마다 학교가 시끌벅적했지만, 지금은 참여 의식이 줄고 명예직에 가까운 자리가 돼버렸다.
학교운영위원은 단순한 참석자나 거수기가 아니다. 학교 예산, 급식, 교과서 선정, 심지어 교장 공모제에까지 관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가진 심의기구다. 그러나 많은 운영위원들이 절차나 회의 방식, 안건 발의 절차를 제대로 알지 못해 회의장에서 손만 들어주다 임기를 마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운영위원은 안건을 직접 발의할 수 있으며, 학부모나 지역사회 주민도 위원의 소개로 안건 제시가 가능하다. 회의 절차는 개회, 보고사항 전달, 안건 상정, 질의·답변, 토론, 표결, 산회 순으로 진행된다. 표결 방식은 거수, 기립, 기명·무기명 투표 등 다양하며, 인사 관련 안건은 무기명투표가 원칙이다.
특히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대상은 광범위하다. 학교 예결산, 교과서 선정, 교육과정 운영, 방과후 수업, 초빙교원 추천, 학교운영지원비 사용, 입시 추천 기준, 운동부 운영, 급식 및 발전기금 조성, 교복·졸업앨범 등 학부모 경비 부담 항목까지 포함된다. 심지어 공모교장 선발 방식과 절차, 평가기준에 대해서도 심의 권한을 가진다.
이렇듯 방대한 권한에도 불구하고 운영위원 스스로가 역할과 의무를 제대로 숙지하지 않으면, 운영위원회는 형식적인 회의체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일본 내 재외한국학교들이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실질적인 교육 자율성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라도 운영위원 각자의 전문성과 책임감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운영위원은 결코 ‘명예직’이 아닌 학교 자치를 실현하는 핵심 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