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일본에서 처음 맞닥뜨린 초등학교 입학식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참석했던 그 자리에서, ‘의례적인 행사’로만 여겼던 입학식이 의외의 문화적 충격이었다. 특히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고 참가자들 모두가 같이 부를 때, 가사는 물론 분위기조차 몰랐던 나는 갑자기 벽에 둘러쌓여 홀로 남은 ‘이방인’이 된 느낌이었다.
도쿄의 도심 지역은 학교 규모가 협소해 참석 인원을 제한하기도 하지만, 지방의 지역사회에서는 초등학교 입학식을 대대적으로 치르는 경우가 흔하다. 조부모님들까지 총출동해 “○○초등학교 입학식”이라고 적힌 입간판 앞에서 사진을 찍고, 멜로디온부터 방재용 방석 같은 갖가지 물품을 한가득 챙겨 교문을 들어서는 광경은 낯설면서도 흥미로웠다. 반면 나는 “첫날에 수업도 없는데, 꼭 란도셀(책가방)을 가져가야 할까?”라는 사소한 고민을 하다가, 정작 당일 다른 학부모들이 여러 짐을 들고 온 것을 보고 부랴부랴 집에 되돌아가는 해프닝까지 겪었다. 문화적 차이와 정보 부족이 빚어낸 우왕좌왕이었지만, 지금은 미소 지으며 떠올릴 수 있는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그로부터 8년이 흐른 지금,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일본답게” 길고 정중한 절차가 이어진 졸업식은 세 시간 가까이 걸렸다. 그 긴 시간 동안 자연스레 첫 아이의 입학식 장면이 떠올랐고, 새삼 묘한 감회에 젖었다. 초등학교 6년은 한편으론 길게 느껴지지만, 중·고교 6년과 함께 생각해 보면 벌써 절반을 지나온 것이기도 하다. 아이가 둘 이상이고, 나이차이가 많이 난다면 그 시간은 더 길어져, 부모로서는 초등학교라는 배움의 터전을 유난히 오랜 기간 지켜보게 된다.
돌이켜보면 부모의 역할은 결국 아이가 겪는 시간과 과정을 나란히 걸어주는 일인 듯하다. 일본과 한국—비슷하면서도 다른 교육 환경 속에서 맞닥뜨린 여러 ‘첫경험’들은 때로 낯설고 당혹스럽지만, 그 모든 순간이 자녀와 함께 쌓아 올리는 소중한 기억이 된다. 이국에서 치러진 입학식에서 느꼈던 충격이나 우왕좌왕했던 초기의 일상들 역시 “함께 겪었다”는 사실만으로 아이와 부모의 삶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중학교 이후로는 아이가 아침 일찍 학교에 가서 늦은 시간에야 돌아오며, 부모가 일상의 자잘한 풍경을 함께 나눌 기회가 점차 줄어들 것이다. 그렇더라도 지금까지 아이와 함께해 온 시간의 의미는 결코 바래지 않는다. 8년 전 느꼈던 이방인으로서의 당혹감과 오늘의 뿌듯함이 어우러진 추억은, 앞으로 남은 학창 시절을 지켜보는 데 큰 힘이 되어 줄 테니까 말이다.
결국 일본 입학식에서 마주한 ‘낯섦’은 내 인생의 또 다른 소중한 장면이 되었고, 오히려 그것이 일본과의 소통과 이해의 장벽을 낮춰 준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 모든 시간이 있었기에 둘째 아이의 졸업식을 더욱 특별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아이를 키우는 가장 큰 보람이 아닐까.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
https://geographersong.jp/ab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