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신중하던 일본이 빠르게 교육개혁에 나서며 ‘교육 재생’이라는 강력한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공교육의 회생과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한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교사 면허 갱신제도와 무능력 교사 퇴출, 외국인 교사 채용 확대 등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내세우고 있으며 이런 개혁은 왕따, 부적응 문제로 시름하던 일본 교육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혁은 단순히 학교 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에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교육의 기초를 튼튼히 하고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자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통해 애국심, 공동체 의식 그리고 학문적 성취를 강조하는 일본의 교육개혁은 학교를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신뢰와 자존감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한국의 학교에서도 왕따 문제, 학력 저하, 교직 사회 내 갈등 등 비슷한 문제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인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근본적인 개혁 방안이 미흡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큽니다. 많은 교사와 학생들이 신뢰를 잃고 교육 현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일본의 개혁을 참고삼아 국가적 차원에서의 강력한 개혁 추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원동력입니다. 일본의 개혁을 비판하기보다 그들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모습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이 아닌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경쟁력 있는 교육 시스템을 통해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길러낼 때 우리도 진정한 교육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10년 기한의 교사 면허 갱신제도 도입, 부적격 교사 퇴출, 우수 교사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의 인센티브 제공, 신규 교사의 20%를 외국인 및 다른 직종 출신자로 충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학력 저하를 초래한 ‘ゆとり(여유)’ 교육을 지양하고 초․중등학교 수업 시간을 10% 늘리며, 주 5일제 수업도 폐지한다는 방침입니다. 또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기관리팀에게 학교의 감독 권한을 부여하여 학교가 교육의 질을 스스로 책임지도록 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교육개혁은 학교 내 따돌림을 포함한 청소년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공(公)의 경시와 규범의식의 결여를 문제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하고, 공교육을 살림과 동시에 도덕 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습니다. 문부과학성에서는 2차 대전 후 기회균등의 이념을 실현하고 국민의 교육 수준을 높여 경제․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던 일본 교육이 현재는 국민들로부터 크게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임시교육심의회에서 제기된 내용들을 기반으로 중앙교육심의회의 개혁계획을 거쳐 제출된 17개 항의 제안이 교육개혁국민회의를 통해 보고되게 된 것입니다. 문부과학성에서는 이를 적극 수용하여 교육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시책과 과제를 정리하여 ‘21세기 교육신생계획’을 책정하였고, 이것이 일본의 핵심 교육 개혁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 시책이나 과제를 위해 지금까지 손댄 적 없는 교육기본법을 수정했고 제도적인 개혁이 필요한 부분은 교육개혁 관련법으로 법 개정을 하였으며 제도 개정이나 예산안을 통하여 여러 조치를 행하고 있습니다.

심심찮게 일어나는 학생 문제들과 교직원들의 심적 고통으로 인한 돌발 사건들이 학생이나 교직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중론입니다. 특히 파행 수업 문제로 적발된 학교가 500여 학교에 달하며 해당 학생이 8만 명에 이른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대학 진학을 중시하는 일본 교육의 현실과 학습 내용을 대폭 줄이고 주입식 교육을 중단한 ‘ゆとり(여유)’ 교육의 이념이 기형적으로 결합된 결과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학생 자살 사건 또한 학교의 고질병인 왕따가 원인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지방의 중학교에서 자살한 여학생은 학교 농구 동아리 친구에게 ‘폐를 끼쳤어. 짐을 덜어 줄게.’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고 합니다. 일본 언론은 이 여중생이 평소 농구 실력이 떨어져 친구들에게 거추장스러운 존재라는 놀림을 당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연이어 일어난 중학교 남학생 자살 사건은 교사까지 왕따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학생은 자살 시점까지 친구들에게 ‘죽어라!’, ‘언제 죽는다고?’, ‘꺼져라!’ 등의 언어폭력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자살 학생에게 왕따를 가한 학생들은 ‘1학년 때 담임교사가 해당 학생을 야유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왕따를 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통계상으로는 일본에서 왕따로 인한 자살이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은 이 통계가 ‘학교와 교사의 은폐로 인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으며 이는 중고등학교의 문제만이 아니라 소학교에서도 사건화되지 않는 유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부과학성에서는 이러한 사건들의 근본적인 원인을 교육의 근원인 가정교육의 불충분과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강조해 온 사회적 경향으로 인해 공(公)을 경시하는 경향의 확산과 규범의식의 저하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물질의 풍요 속에서 학생들은 빈약해졌고 미래의 꿈이나 목표가 설정되지 않음으로 인해 규범의식 및 배움의 의욕이 저하되어 청소년 흉악 범죄의 증가 및 학력 문제를 일으켰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교육 현장은 이른바 왕따, 부등교(不登校) 등의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교육개혁 요구는 기존 사회 안정의 붕괴와도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살, 강도, 상해 등의 흉악 범죄의 증가와 검거율의 저하, 아동 학대의 사회 문제화 등이 그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학급 붕괴 등의 새로운 교육 황폐도 출현하였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교육적 파탄에 대한 대책이 교육계에 요구되었던 것입니다.

공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는 모습입니다. 학부모들에게 교사 선택권을 부여하는 학교가 등장하는가 하면 전국에서 무능력 교사 400여 명을 퇴출시켰고 지도력에 문제가 있는 소학교 부교장(교감)을 강등하여 평교사로 내려가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우수 교사에게는 합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신상필벌을 명확히 함으로써 교직 사회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5월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명문 사립 중학교를 들어가기 위해 소학교 4학년부터 시작된 3년간의 치열한 경쟁을 견디고 무사히 명문 사립중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학생이나 학부모나 갑자기 허탈감에 빠져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5월 증후군에 시달리는 주부나 학생들이 고민을 털어놓는 인터넷 사이트도 성황을 이룬다고 합니다. 일본의 입시지옥은 소학교부터 시작됩니다. 소학교 6년, 중학교 3년이 의무교육인 일본에서는 공립 중학교에 진학할 경우 입학시험을 치를 필요가 없고 학비도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학비가 비싼 사립 중학교에는 해마다 지망자가 몰리는 반면 공립 중학교의 인기는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사립 중학교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늦어도 4학년부터는 입시 전문학원에서 중학교 입학시험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공립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사립학교가 인기를 끌게 된 이유를 교육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전인교육 명분으로 추진한 ‘ゆとり(여유)’ 교육 정책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공립 중학교가 여유 있는 교육의 취지에 맞춰 2002년부터 주 5일제 수업을 실시하고 학생들의 공부 부담도 줄이자 불안해진 중산층 학부모들이 대거 사립으로 향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사립 중학교는 토요일 수업을 고수하고 있고 실력 있는 교사를 경쟁적으로 유치해 교육의 질이 뛰어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일본의 사립 중학교는 전체 중학교의 6% 정도로 1990년대 중반만 해도 돈 많은 일부 부유층 자녀가 다니는 학교라는 인상이 강했었습니다. 그러나 공립을 믿지 못하는 중산층 부모들이 가세하면서 최근엔 경쟁률이 10 대 1 이상에 육박하는 곳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평준화 일변도에서 벗어나 학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학교 및 지역별로 학력 서열이 매겨진다는 이유로 폐지한 전국 학력고사를 부활했고 교사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교원면허 갱신제 도입을 밀어붙였습니다. 문부과학성 장관은 연초 일본의 학교 교육을 이대로 방치하면 일본은 동양의 노소국(老小國)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공부의 절대량이 부족하지 않도록 주 5일제 수업의 실시 여부를 개별 학교의 재량에 맡기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외에도 교사들의 자질 향상을 위해 교원면허를 5년마다 다시 취득하도록 하는 ‘교원면허 갱신제’를 추진하였습니다. 교원자격증을 한 번 받으면 평생 유효한 우리처럼 교원의 안정성을 추구하던 일본이 교원 평가제를 도입한 데 이어 이제는 아예 ‘교육 현장에서 부적격 교사를 배제해 교육의 질을 높임으로써 공립학교의 신뢰를 다시 구축한다.’는 명분 아래 교원면허 갱신제를 밀어붙인 것입니다. 전문성과 윤리성을 갖춘 교사가 우대받을 때 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는 취지가 돋보입니다. 이러한 모든 일들을 일본 국민들 대다수의 절대적 지지 아래 정부가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점이 교사 평가제 하나 확실하게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는 대조적입니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추진되고 있는 일본의 교육개혁은 전통적인 방식인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아니라 정부 주도의 위로부터의 개혁이라는 점입니다. 정부는 교육 분야의 지배 구조개선, 개혁의 구체적인 행동계획 책정, 교육위원회 존재 방식의 전면적 개선, 교사 자격증 제도의 전면적 개선, 지도력 부족 교사와 우수 교사의 확실한 신상필벌, 학력 향상과 국제적 수준의 리더 육성의 차원에서의 교육 검토, 학교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교육 당사자라는 의식 고취라는 7개 항의 구체적 실천 계획을 앞세워 사활을 걸고 개혁을 추진했습니다. 정부의 교육개혁 골격은 학생들의 애국심 함양과 실력 향상, 무능력 교사 퇴출인데 이는 정부의 개혁이 결손 수업과 이지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합당하느냐 하지 않느냐 와는 별개로 대부분의 국민들로부터 적극적인 신뢰와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로 적극적인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으로 일본 의회는 1947년 공포 이후 지금까지 한 차례도 손질한 적이 없는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기백 있는 국민을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개정안은 새로운 나라 만들기의 기초’라는 정부의 말을 지지하면서 통과시켰습니다. 개정법은 ‘공공의 정신을 존중하는 인간을 육성한다.’는 취지 아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고 나라와 고향을 사랑하는 국민으로 키운다.’는 교육 목표로 정하고 있습니다. 교육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기본법이 개정됨에 따라 앞으로 일본에서는 개별 교육법과 교과과정, 교과서 내용, 지도요령(교육과정)도 일제히 바뀌게 됨으로써 교육 전체의 흐름이 크게 방향을 틀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렇듯 국가가 사활을 건 태세로 교육개혁에 매달리고 있는 일본이고 보면 세계 최고로 치솟겠다는 일본 교육의 목표가 멀지 않아 괄목할만한 성과 또한 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한국의 교육 문제 또한 일본의 그것들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의 신뢰도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이고 왕따 문제 또한 일본에 못지않으며 부적응 학생, 교사와 학생들 간의 신뢰감 상실로 인한 학급 붕괴 등 곪을 대로 곪은 상태라는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한국의 교직 사회에서는 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존경과 믿음의 미덕조차 사라진 지 오래 라는 이야기가 들려올 때는 가슴이 아프기까지 합니다. 교직을 천직이 아니라 단순히 직장의 의미로 생각하는 교사들이 많은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앞섭니다. 누군가 나서서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어야 할 텐데 나서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일본 따라잡기는 요원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교육도 경쟁이며 국가의 힘을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는 시대입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제 때에 제대로 대응하여 경쟁하지 못하면 세계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교육 당국은 일본의 교육개혁을 그대로 본받을 필요까지는 없지만 국가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진두지휘하며 대처하는 일본의 교육개혁 모습만이라도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선진 여러 나라 교육개혁의 모습을 참고하여 우리 현실에 필요한 개혁 정책을 늦지 않게 마련해야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교육은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이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에 대해 민족적 감정만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참고해도 될 만한 것은 마땅히 참고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