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도셀(ランドセル)은 일본 초등학생들이 사용하는 전통적인 책가방이다. 이 단어는 네덜란드어 ‘ransel’에서 유래했으며, 본래 군용 배낭에서 발전해 지금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견고한 가죽 재질과 정사각형에 가까운 디자인이 특징인 이 가방은, 일본의 초등학생들에게 필수 아이템으로 여겨진다.
란도셀의 기원은 19세기 말 일본이 서구 군사 체제를 도입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서양식 군용 배낭을 ‘ransel’로 불렀고, 이를 일본어로 차용한 것이 바로 ‘란도셀’이다. 1880년대 후반, 당시 황태자였던 요시히토가 가쿠슈인 초등과에 입학할 때 이토 히로부미가 서양식 군용 배낭을 본뜬 가방을 헌상하면서 그 유래가 시작되었다. 황태자가 사용한 가방이라는 이미지 덕분에 상류층에서 인기를 끌었고, 점차 전국적으로 보급되면서 일본의 대표적인 초등학생 책가방으로 자리 잡았다.
란도셀은 초등학생들이 6년간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내구성이 매우 뛰어나다. 가격은 보통 35,000엔에서 45,000엔 사이로 형성되어 있으며, 고가의 제품은 10만 엔을 넘기도 한다. 이처럼 높은 가격은 주로 고급 가죽 재질과 전통적인 제작 방식에 기인하지만, 소비자 사이에서는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란도셀의 무게는 약 1kg에서 1.5kg 정도로, 어린 학생들에게 다소 무거운 편이다. 일본 초등학생들은 교과서와 학용품을 가득 채워 평균 5kg가량의 가방을 메고 다니는데, 이는 한국 초등학생들의 가방 무게에 비해 2배 이상 무거운 수준이다. 특히 란도셀의 특유의 단단한 구조는 교과서를 수납하는 데 적합하지만, 짐을 많이 담거나 신축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란도셀의 인기는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천사의 날개(天使のはね)’와 같은 전통 브랜드 외에도 아디다스나 푸마 같은 스포츠 브랜드들이 현지 업체와 협력해 OEM 방식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일부 명품 브랜드에서는 50만 엔이 넘는 고가의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1970년대까지 일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란도셀이 유행했다. 당시 한국에서의 란도셀은 주로 잘사는 집 아이들이 메는 고급 가방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경제적 여건과 실용적인 가방의 필요성으로 인해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다. 최근에는 일부 한국 학부모들 사이에서 고급스러운 명품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가격이 높아 새로운 ‘등골 브레이커’로 불리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란도셀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생들의 일상에서 함께하며, 졸업식 때는 친구들의 메시지를 가방에 적어 기념으로 남기기도 한다. 또한, 란도셀을 생산한 회사에서는 사용하던 가방을 기념품으로 재가공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몇몇 지자체에서는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란도셀 대신 무료 배낭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란도셀은 일본의 초등학생들에게 상징적인 가방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전통과 현대의 결합을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그 의미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