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칼럼01> 역차별 예찬

역차별 예찬

나의 교직 생활 첫해부터 퇴임할 때까지 일관된 나의 교육 철학은 ‘교육은 희망‘이었다. 매 학년 첫 시간 나의 첫 멘트는 ’전교 1등이라고 교만 떨지 말고, 꼴찌라고 낙심하지 말라. ‘이다. 이러한 나의 교육 철학으로 인해 “샘은 역차별을 대놓고 하세요. 우리도 좀 챙겨주세요.”라는 볼멘소리를 듣곤 했다.

내가 역차별 소리를 들어도 감내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고대부고에서 임용이 결정되자 내가 처음으로 한 것은 고향에 계신 큰 형님에게 나의 초등학교(내가 다닐 때는 국민학교였음) 및 중학교 성적표를 발급받아 보내달라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에는 거의 언구제러블 수준의 학생이라고 기록되어 있었고, 초등학교 6학년 때에는 so promising 학생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기록의 주인공은 같은 선생님이셨다. 즉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6학년 때에도 담임선생님이셨다. 참으로 당황스러운 기록의 차이였지만 난 금방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는 한글을 학교에 들어가서야 배우기 시작하여 남들보다 지진아 수준 즉 최하위권 학생으로 출발하였고, 6학년 때에는 학급에서 2등까지 할 정도로 성적이 향상된 것이었다.

그때 난 생각했다. 나는 나의 학생들을 절대 성적으로 평가하지 않겠다고!

그 생각은 내가 퇴임할 때까지 유효한 것이었다. 상위권 혹은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내가 굳이 챙기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하위권 학생들은 대부분이 가정에서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케어가 부족한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태어날 때는 모두가 똑같이 사랑스럽고 희망이 되는 부모의 자랑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가정 환경 또는 상황에 따라 학생 간 간극은 조금씩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난 비교적 케어를 덜 받은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들에게 줄탁동시의 facilitator가 되고 싶었다.

3년 차 교사로서 첫 담임을 하고 ,보니 위에서 언급한 담임의 케어가 필요한 학생이 두 부류였다. 내가 보기에 멀쩡해 보이는데 다른 선생님들은 불량 학생으로 평가하는 학생과 심성은 고운데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학생들. 그때는 토요일 오전 수업이 있을 때여서 토요일마다 그런 아이들 3~4명을 태우고 우리 집으로 가는 길에 집 근처의 슈퍼에서 돼지고기, 양파, 대파, 두부 등을 사서 집으로 간다. 그리고 집사람과 어머니가 계시지만 내 손으로 직접 김치찌개를 끓인다. 다른 반찬 필요 없이 김치찌개와 김 그리고 김치 요렇게 3가지만 있으면 식성 좋은 학생들에게는 시장이 반찬인 늦은 점심이니 맛나게 먹어준다. 그리고 밖에 나가서 배드민턴 혹은 가벼운 동산 산책을 하고 집에 오면 집사람이 과일과 커피를 내준다. 그렇게 토요일 오후를 보낸다. 그게 전부다.

학교가 남학교이다 보니 남자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이 의리라는 게 있다. 학생들에게 있어서 담임선생님에게 손수 지어준 밥 한 끼 얻어먹고 나면 일종의 의리라는 게 작용하여 이전보다 행동이 좋아지거나 담임선생님의 의도에 순응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선배 선생님은 우리 학교의 문제아들이 왜 정 선생님 반에만 가면 범생으로 바뀌냐는 질문도 종종 받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비교적 소외당하던 학생들이 의욕을 가지고 학교생활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1년에 한 명만 그렇게 변화가 있어도 난 보람이라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선생님들이 1년에 한 명씩만 변화시켜도 우리나라는 확 바뀌지 않을까?

이렇게 1년에 한 명만 변화시켜도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 배경에는 교직 첫해의 경험이 컸다. 교사로서 첫발을 내딛는데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영어 교사였기에 영어 실력이 약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험용이 아닌 영어를 이해하기 위한 영문법 기초 특강을 방과후수업으로 하겠노라고 했더니 130명의 학생이 지원했다. 당시에 130명을 수용할 공간이 없어서 두 개 반으로 나누어 수업을 했고, 마이크도 없어서 이비인후과 약을 먹으면서 수업을 했다. 방과 후이며 강제성이 없는 수업인 데다가 영어에 흥미가 없던 아이들이 많다 보니 한 학기가 끝났을 때 끝까지 남은 학생은 딱 30명.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케이스이나 그중 한 명이 나의 평생 제자이자 청출어람의 주인공이 되었고, 결국에는 후배들에게 레전드 및 롤모델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이때 가진 희망이 1년에 한 명의 제자만 만들어도 보람이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퇴직을 하고 보니 교사는 교사의 실력 혹은 에듀테크와 같은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 간의 소통이 최고라는 생각이다. 교사와 학생 간의 래포가 형성되면 설령 교사가 실력이 좀 부족해도, 에듀테크 적 측면에서 좀 미흡해도 학생들은 그냥 믿고 따른다. 나의 실력이 부족하거나 교육 기자재를 잘 못 다루더라도 아이들이 믿고 따라준 학생들이 결국은 나의 버팀목이자 서포터가 된 것이다. 믿고 따라준 나의 학생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한다.

*정경영 칼럼의 1회가 연재 되었습니다.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sjkim@fnnews.com으로 문의바랍니다.

One thought on “<정경영칼럼01> 역차별 예찬

  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제 60이 된 저에게도 너무 큰 귀감이 되는 글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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