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끝까지 펜을 놓지 않은 ‘이야기의 거인’…108권 남기고 68세로 영면

일본 추리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대장암 투병 끝에 지난 23일 별세했다. 향년 68세.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갈릴레오’ 시리즈 등으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그의 타계 소식은 일본은 물론 한국 독자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겼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1985년, 27세의 나이에 ‘방과후’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이후 41년 동안 장편소설만 80여 편을 발표했고, 단편집과 에세이, 그림책 등을 포함하면 모두 100편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일부 집계에서는 총 108권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숫자로만 계산해도 그의 창작 활동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41년 동안 108권을 집필한 것은 평균적으로 1년에 2권이 넘는 책을 꾸준히 발표한 셈이다. 장편소설 집필과 수정, 취재, 자료 조사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매일 원고를 써야 가능한 작업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수십 년 동안 거의 쉼 없이 작품을 발표하며 일본 출판계에서도 대표적인 다작 작가로 꼽혔다. 그의 작품들은 추리소설의 틀 안에서 인간 심리와 사회 문제를 깊이 있게 담아내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한국에서도 그의 인기는 각별했다. ‘백야행’은 탄탄한 서사와 충격적인 전개로 많은 독자를 사로잡았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국내 누적 판매 100만 부를 넘기며 일본 소설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영상화된 작품들도 큰 사랑을 받았다. ‘갈릴레오’ 시리즈는 천재 물리학자의 추리극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드라마 시리즈가 됐고, ‘신참자’ 역시 높은 인기를 얻었다. ‘비밀’은 영화로 제작돼 원작 특유의 감성과 미스터리를 스크린으로 옮기며 호평을 받았다.

그는 대장암과 싸우는 동안에도 집필을 멈추지 않았다. 다음 달 출간 예정이던 ‘갈릴레오’ 시리즈 최신작 ‘영원한 기억’의 출간을 앞둔 상황에서 세상을 떠나 마지막 순간까지 창작에 몰두한 작가로 기록됐다.

출판계와 독자들 사이에서는 그의 압도적인 집필량 자체가 하나의 전설로 남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상상력과 매년 여러 권의 작품을 완성해낸 창작 열정은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오랜 시간 집필에 매달리는 생활은 건강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안타까움도 함께 제기된다. 장시간 앉아서 작업하는 작가의 생활과 대장암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의학적으로 단정할 수 없지만, 끝없이 이어진 집필 인생이 그의 삶을 모두 작품에 바쳤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이야기를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수많은 독자에게 남긴 미스터리와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읽히며 그의 이름을 기억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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