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를 세상에 다시 불러낸 일본인들…

묘소 찾은 오무라, 마지막 사진 알린 야나기하라시인 윤동주의 흔적을 되살리는 과정에는 한국과 중국을 넘어 일본 연구자들의 오랜 헌신이 있윤동주를 세상에 다시 불러낸 일본인들…었다. 중국 지린성 룽징에 묻힌 윤동주의 묘소를 처음 확인해 세상에 알린 인물도 일본인 한국문학 연구자 오무라 마스오(大村益夫)였다.오무라는 1985년 와세다대학교 재외연구원 자격으로 중국 연변대학교에 머물며 한국문학을 연구했다. 그는 윤동주 유족의 부탁을 받아 현지 조사를 진행한 끝에 북간도 용정에 있던 윤동주의 묘소를 확인했다. 한중 수교 이전으로 현장 접근과 자료 조사가 쉽지 않았던 시기였다. 오무라의 연구는 묘소 발견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윤동주의 광명중학교 학적부와 일본 릿쿄대학교·도시샤대학교 재학 기록 등을 조사했으며, 유족이 보관하던 육필 원고도 확인했다. 이후 윤동주의 원고를 사진판으로 정리한 ‘윤동주 자필시고전집’을 펴내 시인의 생애와 문학을 실증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윤동주의 일본 유학 시절 마지막 모습을 전하는 사진을 알리는 데에는 일본인 연구자 야나기하라 야스코(柳原康子)의 역할이 컸다.해당 사진은 1943년 윤동주가 도시샤대학교 재학 당시 교토 우지강 인근에서 일본인 학우들과 함께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자체는 1990년대 한일 공동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에서 윤동주의 학우 기타지마 마리코가 보관하던 앨범에서 확인됐다. 야나기하라는 이후 사진 속 인물과 촬영 당시의 상황을 조사해 윤동주가 귀국을 앞두고 열린 송별 모임에서 아리랑을 불렀다는 증언 등을 국내 문단에 소개했다. 야나기하라는 윤동주가 잠시 재학했던 릿쿄대학교의 후배이기도 하다. 그는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의 모임’을 이끌며 추도 행사와 자료 조사, 강연 등을 통해 일본 사회에 윤동주의 삶과 문학을 알려왔다. 일본인으로서 식민지 시대에 희생된 윤동주를 기억하고 그의 문학을 전하는 일을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1933년 태어난 오무라는 2023년 1월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그가 평생 수집한 한국문학 관련 자료 약 2만 점을 국립한국문학관에 기증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오무라의 묘소 발견과 원고 정리가 윤동주 문학 연구의 토대를 단단하게 만든 중요한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윤동주의 묘소를 찾아낸 오무라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윤동주의 일본 시절을 기록해 온 야나기하라도 고령이 됐다. 한 시인의 흔적을 지키기 위해 국적과 세대를 넘어 평생을 바친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생전에 감사의 뜻을 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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