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제식 교육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국민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미술부를 맡아주셨다. 나는 좋아하는 미술부 활동을 계속 이어갔다. 집에 일찍 가면 힘든 농사일을 도와야 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림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던 나에게 미술부를 그만두는 일은 생각하기 싫어서 부보님을 졸랐다. 나는 그리기 대회에 나가 상을 받으며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로 불리고도 있었던 지라 부모님은 어렵게 허락을 해 주셨다. 그러나 5학년 때 만난 미술부 선생님의 지도 방식은 이전과 완전히 달랐다. 나의 첫 작품을 본 선생님은 나의 그림을 단호하게 부정하셨고, 한동안 그림을 그리지도 못하게 하셨다. 그리고 한 달쯤 뒤, 선생님은 내게 그려진 그림을 건네며 그대로 따라 그리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두려웠지만, 나는 그 그림들을 집요하게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이 경험은 나에게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이전까지 나는 제한된 경험 속에서 스스로 잘한다고 믿는, 이른바 ‘우물 안 개구리’였던 것이다. 선생님이 주신 그림들은 전국대회 입상작들이었고, 뛰어난 작품을 반복해서 모방하는 과정에서 색감, 구도, 표현 방식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배우게 되었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좋은 그림을 구별하는 눈도 생겼다. 흉내에서 출발했지만, 그 과정은 단순 반복이 아니라 관찰과 분석, 그리고 재현의 훈련이었다.

‘따라하기’ 중심의 교육, 즉 도제식 교육은 기초가 부족한 학습자에게 특히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론이나 자유 창작보다 먼저, 검증된 결과물을 그대로 재현하는 과정에서 기본기가 빠르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수많은 미술 작품을 따라 그리면서 손의 감각과 표현 능력을 체화할 수 있었고, 일정 수준에 이르자 자연스럽게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모방이 결국 창조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몇 달이 지난 뒤 나의 그림 실력은 눈에 띄게 향상되었고, 도내 미술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자유롭게 그리기보다, 먼저 제대로 따라 그리는 훈련이 얼마나 강력한 학습 방법인지를 증명하는 경험이다.

흥미로운 점은, 정작 미술부 담당이신 우리 담임 선생님은 그림을 잘 그리는 분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선생님의 개인적 기량이 아니라, 학습자에게 무엇을 어떻게 경험하게 하느냐였던 것이다. 선생님은 훌륭한 작품을 구해 오셔서 제시하셨고, 그것을 철저히 따라 하도록 이끄는 역할을 하셨다. 나에게 있어 그 지도 방식은 너무나 훌륭했고, 가장 본질적인 교육 방법이었던 셈이다. 당시에는 담임 선생님이 엄격하고 두렵게만 느껴져 감사함을 깊이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그 교육 방식이 나의 가능성을 확장시켜 준 중요한 계기를 담임 선생님께서 만들어 주셨음을 깨닫는다. 도제식 교육은 단순히 기술을 전수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준다. 그리고 그 눈은 결국 학습자를 자기만의 길로 이끄는 힘이 된다고 생각한.

따라하는 교육은 결코 창의성을 억압하는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탄탄한 기초 위에서 진정한 창의성을 꽃피우게 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일지도 모른다.

댓글 남기기

EduKorea News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