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통김밥 풍습 ‘에호마끼’, 한류 영향으로 김밥도 등장 ]
매년 1, 2월이 되면 일본의 편의점과 백화점 식품 코너에는 김밥과 비슷한 음식이 진열된다. 자르지 않은 김밥처럼 생긴 이 음식은 일본의 절기 음식인 ‘에호마끼(恵方巻)’로 입춘 전날인 ‘세츠분(節分)’에 먹는다. 최근에는 한류 확산의 영향으로 한국식 김밥을 에호마끼로 판매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본에서는 입춘 전날을 세츠분이라 부르며, 한 해의 액운을 물리치고 복을 기원하는 풍습으로 이어오고 있다. 2026년 세츠분은 2월 3일이다. 세츠분은 과거 태음태양력에서 입춘이 한 해의 시작으로 여겨졌던 데서 유래해 오늘날의 ‘연말’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세츠분에는 액운이 깃들기 쉽다는 믿음에 따라 콩을 집 안팎으로 뿌리며 “도깨비는 밖으로, 복은 안으로(鬼は外、福は内)”라고 외치는 풍습이 있다. 이와 함께 먹는 음식이 바로 에호마끼다. ‘에호’는 한 해 동안 복을 관장하는 신이 있는 방향을 뜻하며 이 방향은 해마다 역법에 따라 달라진다. 2026의 에호는 ‘남남동(南南東)’이다. 전통에 따르면 에호마끼는 해당 방향을 향해 서서 말을 하지 않고 한 번에 통째로 먹어야 복이 온전히 들어온다고 전해진다. 자르지 않는 이유는 ‘인연을 끊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에호마끼의 재료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지만 복을 상징하는 7명의 신에 맞춰 7가지 재료를 넣는 것이 정석으로 여겨진다.

세츠분을 앞두고 일본의 편의점과 마트에서는 에호마끼 사전 예약 판매가 일반화돼 있다. 에호마끼가 김밥과 유사한 형태인 데다, 최근 일본 내 한식 인기가 높아지면서 ‘김밥 에호마끼’를 선보이는 업체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세븐일레븐에서는 장어와 계란말이를 넣은 기존 에호마끼와 함께 “한국식 김밥을 에호마끼로 재해석했다”며 ‘킨파(김밥·キンパ) 에호마끼’를 예약 상품으로 출시했다. 일본 내 한식당들도 이 시기에 맞춰 김밥 한정 판매에 나선다. 불고기, 김치, 고사리, 시금치, 맛살, 어묵, 단무지 등을 넣은 김밥 에호마끼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편, 올해는 쌀값 상승이 에호마끼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쌀값 급등 현상을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에호마끼 가격도 상승했다. 올해 에호마끼 1개의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10% 이상 오른 1,100엔대이었다. 이에 따라 쌀 사용량을 줄이거나 대체 재료를 활용한 상품도 등장했다. 또는 국산 쌀과 미국산 쌀을 혼합한 에호마끼를 판매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에호마끼의 핵심은 재료보다도 한 해의 복을 기원하는 의미에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에호마끼 대신 롤케이크 등 길게 말린 음식을 먹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의 김밥이 일본의 세츠분 문화 속에서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