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퍼거의 이해-1

[아스퍼거 아이와의 만남]

집배원이 한 아파트 20호실에 편지를 배달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그 집에는 최근 이사 온 가족의 딸아이가 있었다. 집배원이 인사를 하기도 전에, 아이는 망설임 없이 다가와 이렇게 물었다. “‘델틱스(Deltics)’ 좋아하세요?” 집배원은 무슨 이야기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초콜릿 이름인가, TV 프로그램인가 잠시 고민하는 사이, 아이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그건 가장 강력한 디젤엔진 열차예요. 킹스 크로스에서 2시 30분에 출발하죠. 저는 델틱스 사진을 27장이나 가지고 있어요.” 집배원은 이제 이 아이가 기차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아이는 집배원이 그 열차에 관심이 있는지, 아직 배달해야 할 우편물이 남아 있는지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의 관심은 오직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이야기뿐이었다. 결국 집배원은 말을 끊고 “안녕, 잘 있어”라고 인사하며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아이의 태도는 갑자기 거칠게 바뀌었고, 퉁명스러운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집배원은 그날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열차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까? 왜 내가 그 이야기를 좋아할 거라고 확신했을까? 내 반응이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어떻게 말을 계속할 수 있을까? 마치 살아 있는 백과사전 같았어요.”

[이 장면이 말해 주는 것]

이 이야기는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와의 전형적인 만남을 잘 보여 준다.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들은 사회적 상황을 읽는 데 어려움이 있고 대화를 주고받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말하며 특정한 관심사에 매우 깊이 몰두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아이의 행동을 무례하거나 이상하다고 오해하기 쉽다.

[왜 오해가 생길까?]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표정, 말투, 몸짓에 담긴 의미와 감정을 잘 읽지 못한다. 그래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상대를 당황하게 하거나 곤란하게 만드는 말을 자주 한다. 예를 들어,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줄을 서 있던 한 여성에게 갑자기 큰 소리로 “키가 정말 크네요!”라고 말해 버리기도 한다. 어머니가 당황해 작은 목소리로 주의를 주면, 아이는 오히려 더 큰 소리로 말한다. “하지만 정말 키가 크잖아요!” 아이에게는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왜 혼이 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상대방이 어떤 기분이 들었을 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특정 관심사에 깊이 빠지는 아이들]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차량, 동물, 과학, 숫자, 지도, 역사 등 특정 분야에 강한 흥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 관심사는 시간이 지나며 바뀌기도 하지만, 한동안은 아이의 자유 시간과 대화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또한 이 아이들은 비유나 관용 표현을 문자 그대로 이해하거나 이야기의 핵심보다 세부 과정에 집착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끝없이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마치 백과사전과 이야기하고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학교에서 보이는 모습]

교사는 교실에서 이 아이들의 능력의 불균형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한편으로는 과거의 일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히 기억하고 특정 관심 분야에서는 뛰어난 집중력을 보이며 독창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또래 아이들이 좋아하는 활동에는 관심이 없고 특정 학습 영역에서는 어려움을 보이거나 동작이 서툴러 보이기도 한다. 운동장이나 교실에서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해 놀림을 받거나 소외되는 경우도 많아 교사들의 걱정 대상이 되기도 한다.

[겉으로는 ‘보통 아이’처럼 보이지만]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들은 외모나 지적 능력만 보면 일반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로 또래 집단에 잘 섞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보인다. 이 점을 부모와 교사가 함께 인식하게 될 때, 비로소 그 아이를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에 서게 된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역사]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용어는 1981년, 로나 윙(Lorna Wing)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 그녀는 오스트리아 출신 소아과 의사 한스 아스퍼거(Hans Asperger)가 1944년에 발표한 연구를 바탕으로 비슷한 특성을 지닌 아이들과 성인들을 다시 조명했다. 한스 아스퍼거는 사회성, 언어, 인지 능력이 독특한 네 명의 소년을 관찰하며 이를 ‘자폐적 정신질환’이라고 불렀다. 흥미롭게도 같은 시기, 또 다른 의사 레오 카너(Leo Kanner) 역시 미국에서 자폐증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후 자폐증 연구는 카너의 이론을 중심으로 발전했고, 말이 없고 고립된 아이의 이미지가 자폐증의 전형으로 굳어졌다. 그 결과 아스퍼거의 연구는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다시 주목받게 된 아스퍼거 증후군]

로나 윙은 자폐증으로 진단된 아이들 중 일부가 말을 잘하고, 친구를 사귀며, 사회적 관계를 원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아이들이 바로 아스퍼거가 설명한 유형에 더 가까운 아이들이었다. 그녀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순진하지만 일방적인 대인 접근을 한다, 친구 관계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다, 말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반복적이다,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다, 특정 관심사에 강하게 몰두한다, 동작이 서툴고 자세가 어색하다.

[오늘 날의 이해]

1990년대까지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증의 한 형태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자폐 스펙트럼의 한 부분으로서 독자적인 특성을 지닌 상태로 이해되고 있다. 전형적인 자폐증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포함되며, 과거에는 전혀 자폐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아이들 역시 이 범주에 속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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