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와 유럽 청년층 사이에서 서울을 갭이어 목적지로 선택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K팝과 드라마 등 K콘텐츠 확산에 따른 한국어 학습 수요, 안전한 치안, 상대적으로 낮은 체류 비용이 맞물리며 국내 대학 한국어학당으로 외국인 수강생이 몰리는 흐름이다.
국내 최초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육기관을 운영 중인 연세대학교에 따르면, 미주·유럽 출신 한국어학당 수강생은 2019년 2143명에서 지난해 3250명으로 51.6% 늘었다. 전체 수강생 중 해당 지역 비중도 같은 기간 29.1%에서 35.3%로 상승했다. 반면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권 비중은 하락해 국적 구성이 다변화됐다.
서울 주요 대학 전반에서도 어학당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몽골 유학생 유치에 강점을 둔 중앙대학교는 어학연수생 수가 2023년 4037명에서 지난해 8754명으로 급증했다. 성수권 입지 효과를 누린 세종대학교 역시 같은 기간 어학연수생이 꾸준히 늘었다.
외국인 청년들이 장기 체류를 전제로 한국어를 배우는 흐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한국어 어학연수생은 5만8764명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대학가에서는 대표적인 아시아 갭이어 국가였던 일본을 제치고 서울이 새로운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체류 비용 부담이 낮아진 점도 수요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어 학습 수요 증가는 시험과 교육 콘텐츠로도 이어진다.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는 2021년 33만여 명에서 지난해 56만여 명으로 급증했다. 해외 대학에 한국어 강의를 제공하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글로벌 e-스쿨 사업 역시 참여 대학과 국가가 빠르게 늘었다.
캠퍼스 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연세대 K팝 댄스 동아리 ‘츄러스’는 최근 신입 부원 절반가량을 외국인 유학생으로 선발했다. 한국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 간 교류가 늘며 공연, 버스킹, 안무 제작 방식 등에서 상호 학습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주거와 상권에도 파급이 이어진다. 신촌과 안암, 건대 일대에는 외국인 유학생을 겨냥한 고급 임대주택이 속속 들어섰고, 일부 단지는 거주자의 다수가 외국인 유학생으로 채워졌다. 월 임차료는 관리비 포함 150만원 수준까지 형성됐다. 대학가 인근 사설 어학원과 유학생 대상 숙박·중개 스타트업도 잇따라 등장하며 지역 상권에 새로운 소비층을 유입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어학당의 성격 변화에 주목한다. 과거 아시아권 학생들이 학부·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공간에서, 최근에는 일정 기간 체류하며 여행과 학습을 병행하는 글로벌 청년층의 거점으로 기능이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어를 익힌 뒤 본국으로 돌아가 창업이나 K콘텐츠 산업에 진출하려는 사례도 늘고 있다.
K콘텐츠 확산이 촉발한 한국어 학습 열기가 대학가의 인구 구성과 문화, 주거, 상권까지 재편하며 새로운 대학가 풍경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