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상권의 몰락을 애도할 시간은 끝났다

“저출산·AI 시대, 교육혁명 없는 대학은 생존할 수 없다.”

‘지방 상권의 마지막 보루’로 불리던 대학가 상권이 빠르게 붕괴하고 있다. 청주대·충북대 인근 거리는 공실이 일상이 됐고, 한때 하루 100만 원을 넘던 매출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언론은 경기 침체, 물가 상승, 학령 인구 감소를 원인으로 든다. 현상 설명으로는 맞다. 그러나 원인 진단으로는 부족하다.

문제의 본질은 분명하다. 대학이 더 이상 시대가 요구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 명문대 주변에 ‘대학가 상권’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는가. MIT, 스탠퍼드, ETH 취리히, 옥스퍼드 인근에서 술집과 노래방, 값싼 안주집이 대학의 경쟁력이었던 적은 없다. 그곳의 대학은 지식과 기술, 연구와 창업으로 존재했다. 학생은 소비자가 아니라 미래 산업의 생산자였다.

한국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입학은 극도로 어렵게 만들고, 졸업은 지나치게 쉽게 만들었다. 대학은 교육기관이 아니라 ‘젊은 소비자 수용소’가 됐고, 대학가 상권은 그 소비에 기생해 성장했다. 저출산·고령화로 학생 수가 줄고, 온라인 강의와 AI 학습이 보편화되자 이 구조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이는 상권의 위기가 아니라 교육 모델의 붕괴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학가 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말이 반복된다. 순서가 거꾸로다. 살려야 할 것은 상권이 아니라 대학의 존재 이유다.

지방대학 소멸은 이미 현실이다. 여기에 숫자 채우기식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기름을 붓고 있다. 관리되지 않는 교육 품질, 지역사회와 단절된 캠퍼스는 대학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연명시키는 데 그친다. 지방소멸을 막기는커녕 지역 대학에 대한 신뢰만 깎아먹는다.

더 심각한 것은 상위권 대학조차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간판은 남았지만 교육 방식은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은 학벌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본다. AI를 다룰 수 있는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가 기준이다. 그 공백을 사이버대학, 글로벌 온라인 교육, 기업 사내 아카데미가 빠르게 메우고 있다. 교육의 주도권은 이미 캠퍼스를 떠났다.

AI 시대의 대학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입학은 최대한 개방하되 졸업은 극도로 엄격해야 한다. 나이·학력·지역을 묻지 말고 받아들이되, 졸업장은 기술과 문제 해결 능력, AI 활용 역량을 증명한 결과물이어야 한다. 학위는 종이 한 장이 아니라 현장에서 즉시 쓰이는 자격이어야 한다.

대학 축제도 달라져야 한다. 수억 원을 들여 유명 가수를 부를 이유가 없다. 그 비용으로 학생들의 AI 프로젝트를 전시하고, 기술 경진대회와 스타트업 데모데이를 열어 기업이 현장에서 인재를 선발하도록 해야 한다. 축제는 소비의 장이 아니라 미래를 거래하는 시장이어야 한다.

피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도 있다. 교수 사회의 ‘철밥통’ 역시 성역일 수 없다. AI를 활용하지 못하고 산업과 단절된 강의를 반복하는 교육은 학생의 시간을 소모시킨다. 교육 당국과 대학, 교수 모두 AI 활용 능력과 교육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교육에 경쟁이 없으면 피해는 학생과 국가로 돌아간다.

기술 중심 대학, 특히 전문대학의 대전환은 사회에 충격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변화를 미루는 대가는 더 크다. 한국 교육은 추락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대학가 상권의 붕괴는 비극이 아니다. 구시대 교육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경고다. 이 경고를 애도할 것인지, 교육혁명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인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AI는 이미 미래가 아니다. 문제는 여전히 과거의 대학에 매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댓글 남기기

EduKorea News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